[만파식적] 다산성곽길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나와 장충체육관 뒤편으로 1㎞ 남짓 가면 주택가 좁은 길이 나온다. 이쪽을 따라가면 한양도성 성곽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여기가 다산성곽길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중구 다산동과 남산 동쪽 능선에 걸쳐 위치한 총 길이 1.1㎞ 구간. 사적 10호 문화재인 한양도성 18.6㎞ 중에서 성체(城體)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된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성곽길 한쪽으로 한양도성 남산구간, 다른 한편으로는 서울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풍광이 좋다. 하지만 그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난개발로 인한 노후 건물들이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었던 탓이다. 다산성곽길이 일반 시민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다. 북적거림이 덜한 곳은 예술가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 언제부턴가 문화예술인들이 성곽길변에 모여들면서 주변이 새로운 ‘예술인 아지트’로 뜨고 있다.


성곽길변의 낡은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년 예술가들이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문화창작소를 비롯해 갤러리·작업공방·스튜디오·쇼룸 등 시설들도 다양하다. 요즘도 가난한 예술인은 물론 민간 기업의 문화시설까지 하나둘 모여들어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예술문화거리로 자리 잡는 중이다.

두 달여 뒤에는 건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다산성곽길을 도로변에도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곽 인근에 전통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호텔신라가 얼마 전부터 부지 정리의 첫 단계로 성곽길 입구의 노후 건물 철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4월 중순에는 3~4층 건물이 사라져 성곽길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작업이 마무리되는 5월 말 이후에는 진입로가 새로 만들어지는 등 접근성이 확 개선될 것이라고 한다. 다산성곽길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한옥호텔의 경관도 좋아지고 가치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호텔이 완공되는 2023년에는 전통과 문화가 어우러진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서울 한복판에 탄생할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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