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가 2시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29일 오전 8시51분께 일어난 불이 2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다고 밝혔다. 주거지역인 7B 지구에서 발생한 불은 오전 10시32분에 초기 진화됐고 오전 10시46분에 완전히 진압됐다.
이번 화재로 김모(70)씨가 연기를 흡입하고 1도 화상 증세를 보여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1명은 현장에서 쇼크 증세를 보여 응급처리를 받았다.
불은 총 4개동에서 발생했다. 29세대 가운데 26세대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으며 건물 안팎에 있던 14명은 불이 나자 대피했다. 이 불로 이재민 43명이 개포1동 주민센터로 몸을 옮겼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펌프차 등 차량 80대와 소방수 190명을 투입하는 등 대대적인 진화작업을 벌였다. 인근 대모산으로 불이 번질 것을 대비해 산림청과 중앙특수구조단 소방헬기 4대도 동원했다.
화재는 김모(70)씨가 야외용 가스히터를 손질하다 가스가 새어 나오는 줄 모르고 점화스위치를 눌렀다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서경찰서는 김씨로부터 이러한 진술을 확보하고 실화 혐의로 입건을 검토하는 한편 정확한 화재원인을 수사하고 있다.
구룡마을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9년에만 3차례에 걸쳐 불이 나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 2012년에는 한 판잣집에서 불이 나 4개동 21가구가 불에 탔다. 2014년 11월에는 고물상에서 시작된 불로 주민 1명이 목숨을 잃고 16개동 63세대가 불에 타버렸다.
임시 가건물이 많은 구룡마을의 특성상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거주시설이 비닐과 합판, 보온용 솜 등 불에 쉽게 타는 자재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근 송전선에서 불법으로 전기를 끌어다 쓰면서 전선 등이 얽혀 있는 데다 도로가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룡마을에는 무허가 건물이 밀집해 있어 소방인력 접근도 어렵고 법이나 제도적 차원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무허가 건물들이 많은 지역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 같은 화재에 취약한 지역이 서울 구도심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어 이를 관리하는 행정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