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내 난동 처벌 강화...외국인은 왜 우대하나

산업부 강도원 기자


지난 14일 미국 애틀란타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KE036편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아일랜드 국적의 A씨는 승무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수 차례 했다. 셔츠가 젖어 물수건이 필요한지 묻자 “셔츠를 벗을까?”라고 했고 “옆에 앉아 나와 와인을 마시자”, “잘 때 옆에서 마사지를 해주면 잠이 잘 올 것 같다” 등 도를 넘은 언행을 일삼았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해당 승객을 공항경찰대에 인계했다. 하지만 A씨는 그날 바로 훈방조치 됐고 다음 날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을 떠났다. 지난 19일 인천발 홍콩행 항공편에 탑승한 중국 국적 승객 B씨는 본인의 좌석이 아닌 다른 좌석에 앉아 원래 좌석을 배정받은 승객과 실랑이를 벌였다. 제지하는 승무원에게는 욕설을 내뱉는 등 난동을 피웠다. 그 탓에 항공기는 출발이 3시간 지연됐다. B씨는 공항경찰대에 인계됐지만 역시 훈방 조치됐고 다른 항공사를 이용해 홍콩으로 출국했다.


이달 2일 국토교통부는 폭행 등 기내 난동에 대해 최고 징역 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처벌을 강화하는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비행기에서 한 승객이 기내 난동을 벌이면서 ‘기내 난동 행위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처벌 수준을 강화해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유독 외국인 승객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관대하다. 대부분 훈방 조치다. 본국으로 떠나버려 사법 조치나 추가 조사도 어렵다. 개정안에 따르면 폭언·소란·승무원이나 다른 승객을 비행기 운항 중에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징역 3년 이하·벌금 3,000만원 이하, 운항 중이 아닐 경우에도 벌금 2,000만원하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 국적 탑승객에게는 관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역차별 지적도 나온다.

외국 항공사들은 국적에 관계없이 기내 불법행위 자체에 강력 대응한다. 기내난동은 수백명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예외는 항공산업의 경쟁력만 좀 먹을 뿐이다.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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