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매각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탓에 꼬여만 가고 있습니다.
당장 개인적으로 인수할 자금이 없는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원칙을 깨지 않는 이상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박 회장 측은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고, 이번 매각은 불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훈규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중인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의 인수 컨소시엄 허용 요구에 대해 구성안을 제출하면 다시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컨소시엄 불허를 사실상 그대로 유지한 셈이어서 박 회장 측은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채권단은 지난 13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 주식 약 42%를 9,550억원에 파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은 이 금액보다 1원이라도 더 내면 금호타이어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권한은 개인에게 부여된 것인데 박 회장에게 그만한 돈이 없다는 겁니다.
이제 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이번 매각에 앞서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에 제 3자 양도는 없다는 채권단 합의가 있었습니다.
원칙을 깨고 컨소시엄을 받아들이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중국 더블스타가 소송에 나설 게 불 보듯 뻔합니다.
만약 원칙을 깬다 해도 “우리 기업을 중국에 넘길 수 없다”는 정도의 명분밖에 되지 않아, 사드에 이은 한중 국가 간 갈등 문제로 치달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박 회장이 소송 불사를 외치는 진짜 목표는 매각 불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채권단 측 관계자는 “소송전 외에서도 상표권 불허 등 판을 깰만한 카드를 여럿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금호’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경우 더블스타는 공장 몇개를 1조원에 사는 꼴이 돼, 실제 매각 협상을 깨버릴 만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매각이 불발되면 앞으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 질테고, 박 회장은 금호그룹 재건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