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출발해 10분이 지난 뒤 법원에 도착했다. 그는 파란 상·하의에 짙은 구두를 신은 채 빠른 걸음으로 심사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으로 향했다. 차에 내려서 법원 출입구에 도착하기까지 약 55걸음을 떼었으며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는 “국민께 어떤 점이 송구한가”“뇌물혐의 인정하느냐”“세월호 인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고 묻는 취재진을 한번 쳐다봤을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맞이하는 법원은 이날 오전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당초 박 전 대통령측은 이날 하루 법원 전체를 통제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하루에도 수 만명의 민원인이 찾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법원은 대신 박 전 대통령이 심사를 받
는 서관 321호 법정이 위치한 4번 출입구를 통제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때처럼 법원 간부들이 마중을 나오는 일은 없었다. 다만 법원 직원들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법원 출입구에서 예행 연습을 진행했다. 직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들어오면) 째려보지 마세요”라고 주의 사항을 전달하는 모습도 보였다. 법원 직원 수십 명도 일손을 잠시 멈추고 로비로 몰려나와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먼 발치서 구경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