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되어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30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는 영화 ‘어느 날’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윤기 감독, 배우 김남길, 천우희가 참석했다.
이날 영화를 연출한 이윤기 감독은 판타지 감성 드라마에서 장르적인 확실성에 대해 “모성애와 부부애 중 굳이 어떤 한 부분만 중점으로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다”라며 “두 사람이 각자 상처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두 개의 소재로 나타난 것이다. 하나는 엄마와 관련된 사연인 것이고, 하나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상처가 있는 거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만났을 때 가진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 내에서는 유독 노을 지는 바닷가가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이야기를 그리는데, 바다가 주는 공허한 이미지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영화적으로 적합할 것 같았다”라며 “인접 지역에서 로케이션을 활용했다. 실제 그 시간대에 찍은 것도 있고, 일부는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부분도 있다. 그 시간대를 찾아서 찍는 것도 어려운 일일 거다. 그게 부족하면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영화 속에서 죽음을 소재로 삼은 것에 대해 “직접 경험은 아니지만 간접 경험에서 죽음이라는 소재를 얻었다”라고 밝혔으며, 이전 작품들 ‘멋진 하루’, ‘남과 여’ 등에서는 남녀관계를 많이 다뤘지만 이번에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에 대해 “어느 한쪽이 영혼이든 사랑이든 남녀가 등장하면 로맨스가 나올 것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할 거다. 내부에서도 많이 논의를 했는데, ‘어느 날’은 시작부터 그걸 이야기하는 작품은 아닌 걸로 설정했다. 의식의 동반자로 남녀가 다뤄졌다”고 전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주연 김남길은 극중 아내를 잃은 상실감으로 희망을 잃고 살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 역을 맡았다. 이날 그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처럼 지금까지 역할들을 좀 더 성숙하게 표현하려고 했었다. 내 연기에 만족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연기도 70점 정도라 생각한다. 계속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겸손을 표했다.
김남길은 ‘어느 날’을 통해 천우희와 첫 번째 케미를 함께한 것으로 “천우희 씨와 굉장히 좋았다. 핑퐁으로 주고받는 감정이 잘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내가 돋보이기보다 작품을 돋보이기 위해 이해와 양보, 배려가 있는 배우다. 두말 할 것 없이 좋았다”고 배우를 극찬했다. 이에 상대역 천우희는 “크랭크업까지 너무 좋았다. 간혹 본인만 보고 연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빠(김남길)는 전체를 볼 줄 알더라. 대장 같은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촬영, 조명 등 스태프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쓰더라. 가장 큰 장점은 저보다 선배님이지만 영민함이 있으시다. 똑똑하신 걸 드러내지 않고 잘 녹여내더라”고 말해 훈훈한 선후배 사이를 과시했다.
교통사고 후 영혼으로 깨어난 미소 역의 천우희는 이번에도 처연한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끈다. 그는 “캐릭터를 맡을 때 전작과 비교해 이질감이 들지 않기를 원한다. 멜로나 B급 코미디도 하고 싶지만, 지금 당장한다면 보시는 분들이 거부감이 생길 것 같더라. 마음 한 켠으로는 때가 됐을 때 할 것 같다. 이 캐릭터 저는 좋다”고 이번 역할에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오퍼스픽쳐스
지난해 ‘곡성’으로 영적인 존재를 연기한 천우희는 이번에 2번째로 유사한 역할을 연기했다. 그는 “판타지적인 여성의 이미지, 특유의 ‘여자 캐릭터’의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내가 보여주는 ‘미소’는 나답게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좀 더 깨발랄하고 친근하게 연기하고 싶었다. 처음엔 감독님이 당황하시더라. 기존에 있던 캐릭터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이어 그는 “작품을 연기할 때와 볼 때는 다른 것 같다. 아쉬운 점은 항상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처음으로 ‘인생연기’를 한 게 아닌가하는 장면이 있다. 미용실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신이다.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저도 연기하면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겠더라. 어떻게 담겼을까 싶었는데 얼굴이 안 나오고 발이 나오더라”고 웃음 섞인 추억을 꺼내들었다. 천우희는 자신의 이번 연기에 “75점”이라고 자평했다.
극 중 시각장애인을 연기한 부분에서는 “연기 코치를 받기보다 대화를 많이 했다. 대화를 해보면서 ‘아 내가 얼마나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이었나’를 알게 됐다. 내가 많이 열린 사람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갇혀 있는 사람이더라”며 “움직임과 시선 등 많이 연구했지만, 시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어떠한 것을 못할 것이다 라는 부분에서는 너무 많이 반성을 하게 됐다. 흉내만 냈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내 딴에는 열심히 준비했다. 테이크가 갈수록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반응이 나오긴 하더라. 쉽지 않더라”고 디테일한 연기에 힘 쏟은 과정을 설명하면서 깨우친 바를 밝혔다.
여기에 천우희는 “우리는 누군가를 잘 안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그 사람의 아픔이나 실제 감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강수에게 미소가 보이는 이유는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해 작품 속 두 남녀가 특별히 만나게 되는 이유를 고찰했다.
‘어느 날’은 ‘멋진 하루’, ‘여자, 정혜’, ‘남과 여’로 감성 연출에 두각을 드러낸 이윤기 감독의 첫 판타지 감성 드라마. 감독 특유의 정통 멜로가 아닌, 두 남녀의 교감으로 인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 4월 5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