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30~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했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격 구속되면서 법원의 이번 결정이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우선 정권을 뺏길 위기에 내몰린 보수 진영은 동정론 확산에 따라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반등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속 결정이 결국은 적폐청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보다는 대통합 프레임을 강조하는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다소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될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현재로서는 민주당 경선에서 연이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앞으로 예정된 영남권과 수도권 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 구속이라는 변수가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중도층 흡수를 위한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층이 문 전 대표보다는 안 전 대표에게 다가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비문(비문재인) 연대가 성과를 거둬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1대1 구도가 형성될 때는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사필귀정”이라고 외치면서도 내심 보수 결집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이 안 전 대표를 중심축으로 한 비문 진영의 후보 단일화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이 이날 오전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각 정당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이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되면서 보수층 결집 효과가 일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가 가동되면서 정통 보수 진영이 한데 힘을 뭉칠 것이라는 얘기다. 최경환·김진태·조원진 의원 등 ‘삼성동 친박’들은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며 보수 결집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날 오후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경남지사가 예상대로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김진태 의원을 향해 있던 5% 안팎의 지지율 가운데 상당 부분이 홍 지사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대선 레이스 완주가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 진영이 총결집하면 대선 판세가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권은 “박 전 대통령 구속으로 ‘정권교체’ 프레임의 명분이 더욱 확고해졌다”며 “이미 기세가 넘어왔기 때문에 보수층 결집이 실제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괴력이 있는 범보수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친박·태극기 세력 결집에 기댄 한국당 후보는 국정농단 세력과 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안 전 대표는 물론 ‘조건부 단일화론’을 내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도 물밑 조율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반문 연대의 응집력이 빠른 속도로 소멸하면서 대권 다툼이 4자 구도로 짜일 수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친박계 후보가 대선주자로 나서지 않을 경우 ‘샤이 보수층’이 대거 투표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한국당 후보로 유력한 홍 지사는 확실한 비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샤이 보수층의 선택에 따라 과거 어느 대선 때보다 50~60대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오히려 ‘문재인 대세론’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