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 예능형 뷰티 "비법전수" 보다 중요한 '뷰티의 본질'을 찾아라!



/사진=서경스타 DB
그야말로 ‘뷰티프로그램 범람시대’다. 2006년부터 올리브채널에서 시작한 ‘겟잇뷰티’부터 현재까지 관련 프로그램의 역사 또한 장장 10년이 넘는다.

뷰티프로그램이 처음 선보일 당시 스타일채널에서만 한정될 것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각종 케이블채널을 넘어 웹예능으로까지 영역이 번져있다. 하지만 늘어난 수만큼 같은 포맷의 ‘복(사)붙(여넣기)’의 결과물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피로감을 보이는 시청자들의 수도 상당하다.

‘프로그램 테스트 1위’ 화장품이나 여배우들이 쓰는 화장품, 그들의 뷰티 노하우를 전수하는 장점도 있지만 그 속에서 과도한 PPL(Product Placement, 숨은 광고), 실용성 없는 작위적인 비법 전수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 일부 시청자들은 새로운 콘텐츠로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한 일반인들이 꾸린 채널, 이른바 ‘뷰티 유튜버’가 사랑받고 있는 것.

과거에는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가 일반인 품평단의 기본적인 플랫폼이었다면, 현재는 유튜브를 통한 보다 독창적이고 공격적인 콘텐츠가 주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뷰티프로그램 시청자들은 왜 온라인 동영상으로 시선을 옮겼을까.

여성들이 화장으로 기대하는 것은 단순 메이크 오버를 넘어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꽃으로 작용하는 ‘힐링 효과’도 크다. 화장품가게 언니, 미용실 언니, 방문판매원 언니, 옷가게 언니들과 굳이 ‘언니’라는 호칭까지 섞으며 뷰티 상담부터 신변잡기, 푸념 등을 늘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튜브 영상 속 ‘언니들’은 솔직하다. TV채널에서 연예인들과 전문가들이 우아한 설명을 할 때 유튜버들은 비속어와 개그를 남발한다. 친근하고 신랄하다. 한없이 돌고 도는 익숙한 주제와 함께 핵심을 파고들기보다 애매하게 겉도는 평가는 지루하고 고루하기 십상이다. 뷰티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휴대폰으로 2차 탐색을 하며 일반인들의 ‘진짜 추천템 찾기’를 택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로써 국내 뷰티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성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근 몇 해 동안 한류 붐을 틈타 해외 시장을 노려 만든 프로그램 수도 상당하다. 하지만 시청자를 잠재적 소비자로만 여겨 만든 중언부언한 콘텐츠는 장수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TV채널 외에도 풍부한 콘텐츠시장으로 선택폭은 넓다. 누구나 알법한 메이크오버 방법을 거창하게 포장해 ‘비법 전수’ 하다가는 시청자들이 더 크게 등 돌릴 것은 시간문제다.


물론 여전히 뷰티프로그램 고정 시청자들은 존재한다. ‘검증된 공신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유튜버들의 개인적인 평가와 또 달리 다수의 평가단과 전문가의 견해, 연예인들이 직접 밝히는 아이템과 노하우로 누릴 수 있는 효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흥미롭게도 최근 공식 채널이 제작하는 뷰티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능성을 강조한 ‘뷰알못’(뷰티를 알지 못하는 이들)의 성장과정을 담은 온스타일 ‘립스틱 프린스’, 남자 개그맨 김기수가 깨알 같은 재미로 전하는 SBS 모비딕 모바일 뷰티프로그램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서경스타 DB


개인 유튜버에 빼앗긴 시청층을 그들의 입담 못지않은 예능형식으로 되찾아오겠다는 의지가 통한 것일까. 꽃미남 아이돌이 직접 메이크업을 해주는 초밀착 뷰티 버라이어티 ‘립스틱 프린스’는 지금까지의 뷰티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겨 최근 시즌 2를 맞았다. 이번에는 더욱 밀착된 메이크업으로 ‘심쿵사’ 유발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립스틱 프린스 2’의 연출을 맡은 이준석 PD는 최근 서울경제스타와의 인터뷰에서 “ ‘립스틱 프린스’가 뷰티 전문 프로그램은 아니다.”며 “우리는 뷰티에 대한 정보나 스킬을 바라보기보다 뷰티의 본질을 바라봤다.”고 말했다. 변신을 넘어 ‘변장’이라고 불리는 ‘화장’의 스킬이 아닌,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파고들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을 한 프로그램인 것.

현재 뷰티프로그램은 크게 정보 제공형, 예능형으로 나뉠 수 있겠다. 정보 제공형 뷰티 프로그램의 원조가 ‘겟잇뷰티’라면, 예능형 뷰티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프로그램은 ‘립스틱 프린스’로 볼 수 있다. ‘립스틱 프린스 ’에선 화장 초보가 나온다는 역발상과 꽃미남 프린스란 차별성으로 시청자를 공략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뷰티 정보들은 또 다른 재미를 유발한다.

이준석 PD는 “예능형 뷰티 프로그램이라도 은연중에라도 알려주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프린스들이 속눈썹 달기에 실패하면 아티스트 분들께서 직접 알려주면서 실제 궁금해 하는 상황 속에서 배우는 내용으로 공감도 되고 정보가 되고 있다”라며 “시청자들은 남들보다 더 좋은 정보, 인증되고 정확한 고급 정보를 얻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버나 뷰티 예능 모두 ‘진실성, 실용성, 독창성’을 등한시해선 꾸준한 사랑을 받기 힘들다. 다만 유투버들이 보다 친근함으로 다가간다면 TV에서는 검증되고 보다 다양한 패널이 더해져 볼륨 있는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충실하고 확실한 내용이 보장된다면 시청자들은 양질의 콘텐츠에 주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앞으로 뷰티 프로그램들이 ‘진실성, 실용성’을 기반으로 한 살아있는 독창적 콘텐츠를 들고 나와 또 다른 뷰티예능의 신세계를 보여줄지 기대해봐도 될 듯 하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