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꿈틀...경기침체 벗어나나

3월 CSI·BSI 긍정 신호이어
2월 소비 넉달만에 상승반전
새정부 출범·추경 등 호재도
"가계빚·구조조정·실업난 등
악재 많아 지켜봐야" 신중론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던 소비가 넉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3월의 소비자심리지수(CSI)와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 데 이은 결과여서 경기가 최악의 국면은 벗어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수출이 4개월째 증가하고 있는데다 새로운 정권 출범에 대한 기대감, 세계 경제 회복세 강화 등 모처럼 긍정적인 요인도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3개월 연속 증가했던 전산업생산이 광공업 생산이 줄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또 가계부채·구조조정·실업난 등 굵직한 악재도 여전해 경기에 대한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2% 증가해 4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3.4% 늘어난 것이 주효했고 역설적으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중국 보따리상이 앞으로 한국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화장품·가방 등을 면세점에서 대거 구매해 2월 소매판매 증감률을 0.6%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2월 면세점 판매액은 1조2,500억원으로 전월보다 9.5%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경제 심리도 회복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CSI는 96.7로 2개월 연속 올랐다. 대통령 탄핵 이전(지난해 10월 102.0) 수준을 회복했다. 3월 BSI도 79.0으로 2015년 4월(80.0)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새 정부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보여 경기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실탄’도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바클레이스는 올해 20조원의 ‘슈퍼추경’이 편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추경은 11조원 수준이었다. 기회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 경제 회복세도 예상보다 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시차를 두고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의 2.1%에서 2.5%로 대폭 올렸다.

다만 낙관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생산이 일시적으로 주춤하다. 2월의 전산업생산은 0.4% 감소(전월 대비)했다. 또 제조업을 뜻하는 광공업생산도 2월 3.4% 급감했다. 컴퓨터 등에서 증가했으나 반도체와 자동차 등이 줄어 전달보다 3.4%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10.6% 줄어든 후의 최대 감소 폭이다. 기저효과 측면도 있었지만 아직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취직이 안 되고 가계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며 “경기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긍정적이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현대연은 올해 성장률을 2.3%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2.8%였다. 이 밖에 미국의 통상 압력, 환율조작국 지정 등도 앞으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