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막영애’ 이수민 “코믹보다 정극 연기가 더 하고 싶어요”

2012년 케이블 음악전문채널 Mnet에서 방송된 ‘음악의 신’은 지금 다시 봐도 신박한 ‘병맛’이 넘쳐나는 프로그램이었다. 도박 사이트 운영 등으로 공중파 출연정지를 당했던 1990년대 최고 인기그룹 룰라의 이상민이 아예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신의 처지를 대놓고 언급하며 현실인지 예능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웃음을 선사한다.

현실과 예능을 뒤섞은 ‘음악의 신’의 특성으로 화제가 된 인물이라면 단연 이수민이었다. 2012년 ‘음악의 신’에서는 이상민이 설립한 LSM 엔터테인먼트의 1호 연습생으로 출연해 되도 않는 노래실력과 춤솜씨, 그리고 황당할 정도의 도도함을 갖추며 ‘김비서’ 김가은, ‘매니저’ 백영광과 함께 ‘음악의 신’의 웃음을 책임졌다.
이수민 / 사진제공 = LTE엔터테인먼트


‘음악의 신’ 이후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모습을 감췄던 이수민은 2016년 방송된 ‘음악의 신2’를 통해 다시 방송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연습생 수준이 아니라 아예 이상민과 탁재훈이 설립한 LTE 엔터테인먼트의 고문까지 올라갔다가 ‘프로듀스 101’의 김소희, 윤채경과 디바(D.I.V.A)보다 나은 걸그룹을 표방한 씨바(C.I.V.A)를 만들어 실제 걸그룹으로 ‘엠카운트다운’ 무대에서 ‘왜 불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음악의 신2’를 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방송 일을 2년 넘게 안 했고, 아예 방송을 안 하려고 마음을 접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어요. 방송 마음을 접었던 사람이 방송을 다시 하기까지 정말 고민도 많고 힘들었죠.”

“‘음악의 신2’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음악의 신’을 연출한 박준수 PD님의 영향이 컸어요. ‘음악의 신’을 하면서 박준수 PD님을 존경하고 고마워했는데, 이번에도 PD님이 직접 저에게 몇 번이나 출연을 제안해주셔서 다시 한 번 방송을 시작해보려고 결심하게 됐어요.”

이수민은 ‘음악의 신’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사실 그 전부터 연극무대와 단편영화, 드라마 단역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하던 배우였다. 하지만 ‘음악의 신’을 통해 인기를 얻자 그녀에게는 모두 ‘음악의 신’에서 보여준 ‘이수민’ 캐릭터처럼 엽기발랄한 캐릭터나 예능 출연 제의만 들어왔다. 이것이 이수민이 2년 넘게 방송을 떠나있게 만든 이유였다.
이수민 / 사진제공 = LTE엔터테인먼트


‘음악의 신2’ 이후 이수민은 두 가지의 행보를 보여줬다. 하나는 tvN ‘SNL코리아8’의 신규 크루로 합류한 것. 다른 하나는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5’에 출연한 것이다.


‘SNL코리아8’은 이수민에게는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인 ‘음악의 신’은 보고 있으면 웃음이 빵빵 터지기는 하지만 정작 배우들은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진짜 연기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반면 라이브 코미디쇼를 지향하는 ‘SNL코리아’는 이수민에게 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의 연기를 요구하는 지점이 있었다.

“처음 ‘SNL코리아’에 들어갈 때는 별로 무섭지 않았어요. 평소에도 ‘SNL코리아’를 함께 해보고 싶다는 말도 많이 하고 다녔고, ‘SNL코리아’ 특유의 콩트 느낌도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크루로 출연을 해보니 연극적인 호흡이 더 강하고, 코미디적인 연기가 더 강해요. ‘SNL코리아’만의 독특한 호흡이 있더라고요. 정극 연기만 해봤던 제가 ‘SNL코리아’에 가니 계속 톤을 더 높여달라는 주문을 받았어요.”

반면 ‘막돼먹은 영애씨’의 경우에는 ‘음악의 신’과 비슷하면서도 또 달랐다. ‘막돼먹은 영애씨’도 ‘음악의 신’처럼 일상적인 코미디 연기를 추구하지만, 현실을 가장한 픽션을 선보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인 ‘음악의 신’과 다르게 ‘막돼먹은 영애씨’는 정극 시트콤을 표방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또 연기의 호흡이 달랐다.
이수민 / 사진제공 = LTE엔터테인먼트


“‘막돼먹은 영애씨’에 출연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음악의 신’하고 캐릭터가 겹치는 것이 아니냐, 자기복제 아니냐고 걱정을 해줬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막돼먹은 영애씨’에 출연하면서 주변에서도 ‘음악의 신’과 다르게 캐릭터 연기를 제대로 한다고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이수민은 낙원사에 새로온 디자이너 ‘이수민’을 연기하며 선배 디자이너 라미란과 낙원사 사장 조덕제를 잡는 킬러로 맹렬한 코믹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정작 이수민은 코미디를 하면서도 ‘막영애’ 안에서는 웃음기가 전혀 없는 냉랭한 모습으로 ‘음악의 신’과는 또 다른 새로운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로서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음악의 신’ 이후 계속 비슷비슷한 코미디 역할만 제의가 들어와 힘들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배우지 방송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막돼먹은 영애씨’가 더 애착이 가요. 이렇게 캐릭터 있는 연기도 해보고 싶었고, 앞으로는 더 진지한 정극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은 들어오는 작품들을 들어오는대로 다 했는데 이제는 배우로서 미래를 생각하면서 하고 싶어요. 그래서 당분간 예능보다는 휴식기도 좀 가지며 배우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서경스타 원호성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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