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을 실사한 상세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산업은행과 회계법인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최대 투자자와 대주주가 기초자료조차 공유하지 않으면서 4월17~18일 예정한 사채권자 집회는 험로를 예고했다.
3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의 실사 보고서 상세본을 확보하지 못했다. 전날 국민연금과 산은, KPMG삼정 회계법인 관계자가 참석해 열린 회의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 필요한 자금 규모가 얼마인지 실사한 요약보고서가 등장했으나 회의 후 삼정 측이 회수해 갔다.
국민연금은 31일 회사채 채무조정 여부를 심의하는 자체회의인 투자관리위원회를 위해 삼정이 작성한 실사보고서 상세본을 재차 요구했으나 대우조선해양과 산은 측은 선주와 관련한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고 추가로 나온 결산 자료를 재확인한다는 이유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채무조정 동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해 투자관리위의 심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대주주가 아닌 회사채 투자자가 기업의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있는 거래상대자의 상세 내역 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선주의 동의 없이 관련 정보가 유출되기라도 하면 대우조선해양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삼정과 별개로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2016년 재무제표에 ‘한정’ 의견을 내렸다며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9일 감사보고서에 “회사가 처한 재무상태와 특수상황을 고려할 때 채권은행들의 신규 자금지원 계획과 제반 이해관계자들의 손해분담 등이 기업계속성의 가정 평가에 결정적이고 유의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감사인은 이에 관한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자료를 제출받지 못해 검토를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30일 열린 회의에서는 삼일 측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았고 삼정 측은 자신이 감사한 보고서가 아니므로 답변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한정 의견을 낸 사실과 다른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해 국민연금이 판단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