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월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년도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사진)’에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허 보유 기업의 독점행위 제재가 과도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말 공정위가 글로벌 IT업체 퀄컴이 휴대전화 관련 특허권을 독점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다며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린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NTE는 미국무역대표부가 각 교역 대상국의 무역장벽에 대해 기술하는 연례보고서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한국과 관련해서 14페이지에 걸쳐 각 분야별 무역장벽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USTR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공정위는 2016년 3월 ‘불공정한 지적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미국 정부와 업계에서는 2014년 이전 버전의 가이드라인이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많은 미국기업들은 한국 공정위의 타깃이 될 수 있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보고서는공정위가 이러한 우려 사항을 2016년 지침에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업체의 부정적 입장을 더 많이 할애하며 지적해 여전히 공정위가 미국측 요구에 소극적이라는 우려의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산업은행의 지원(보조금)정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은행이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대출정책을 펼치면 결과적으로 한미 무역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강한 논조로 문제제기를 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의 민영화 중단을 대표적인 무역장벽으로 꼽은 바 있는데 올해 다시 산업은행의 한국기업 지원 행태를 무역장벽 사례로 꼽았다. USTR은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이 지원하는 산업에서 외국 경쟁자들은 불리해질 수 있다”며 “미국은 산업은행의 대출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 조달 분야에 대한 개방 압력도 거셌다. USTR은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조달협정에 따라 미국 업체에 한국 조달 시장을 개방하겠다며 접근성은 크게 확대됐지만, 일부 평가 기준에 대해 매우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관세청에 대해서도 일부 농산물에 대해서는 미국 수출업자에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욕되는 검증과정과 문서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문제 삼았다. 또 한국 금융감독원이 외국 브랜드의 신용카드 서비스를 차별한다고도 지적했다.
구글에 위치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은 점도 또다시 지적했다. USTR은 “로컬 기업들이 외국의 데이터 처리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해당 시장을 외국 공급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밖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에 따른 법률 서비스 시장 개방 문제와 제약·의료기기 시장 개방 문제 등도 언급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환율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통상ㆍ무역분야에서 자국우선주의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환율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USTR이 3월 초 한미FTA로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나와 한미FTA 재협상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오히려 반대로 한미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현호·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