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시, 벚꽃’ 만개할 음악, 낙화의 순리를 안 장범준

다시 ‘벚꽃’을 기다리는 청춘의 자화상은 향기롭다.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벚꽃’(감독 유해진)은 만개할 음악을 위해 이른 낙화를 결심한 장범준의 진솔한 청춘을 그린 작품이다. “남이 아닌, 내가 인정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기까지” 분투하는 장범준의 청춘은 일명 ‘벚꽃연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치른 ‘벚꽃엔딩’ 보다 더 큰 울림을 선사한다.

과거 버스킹으로 소박하게 음악을 시작한 장범준은 2011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서 준우승을 한 후 2012년 발표한 1집 ‘벚꽃엔딩’, ‘여수 밤바다’를 통해 최고의 인기밴드로 급부상해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주인공.

/사진=영화사 진진


그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이 영화로써 제작된 점에 관객들은 의구심을 가질 법하다. 왜 주인공이 장범준이고 장르는 다큐멘터리인가에 대한 대답은 영화의 첫 장면인 장범준의 카페 내 공연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밴드 ‘버스커 버스커’에서 솔로로 변신한 장범준은 카페 ‘반지하1호’에서 소수의 팬들을 앞에 놓고 달랑 통기타 하나로 노래한다. 무대의 규모와 상관없이 그의 호소력 있는 음성은 빛났다. 인디를 자처한 장범준의 뜨거운 열정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희망찬 청춘을 얘기하고 있었던 것.

‘장범준’이라는 레이블은 곧 청춘의 상징이기도 하다. ‘벚꽃엔딩’, ‘빗속으로’, ‘정말로 사랑한다면’, ‘처음엔 사랑이란게’, ‘막걸리나’, ‘동경소녀’, ‘여수 밤바다’, ‘봄비’, ‘꽃송이가’, ‘키스’, ‘사랑에 빠졌죠’ 등 장범준이 발표한 곡명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음유시인 장범준은 그렇게 음악 안에 자신의 20대를 녹여냈고, 대중들은 그의 감수성 짙은 가사에 각자의 청춘을 투영하며 가슴 깊이 공감해왔다.

이번 영화를 통해 비로소 장범준은 고백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스스로 부족하다 느꼈다”고. 이에 2013년 2집 음반 발표 이후 활동 중단을 선언, 진짜 자신의 음악과 실력을 찾아 다시 홍대와 한강에서 버스킹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2014년 장범준 솔로 1집으로 고배를 마셨고, 1년 반의 재점검 후 2016년 2집으로 자립에 성공했다. 이처럼 인기보다 ‘자신의 실력’을 다지고자 하는 장범준의 솔직하고 과감한 모습에 유해진 감독은 매력을 느꼈을 듯 싶다.


/사진=영화사 진진


‘다시, 벚꽃’에는 든든한 형, 화려한 무대를 벗어나 거리공연을 하는 버스커, 인디뮤지션들과 고군분투하는 기획자, 어린 딸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딸 바보 등 다양한 장범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이번 작품을 한국판 ‘서칭 포 슈가맨’(2011) 으로 분류 할 수 있겠지만 그 보다 공감도는 더 크다. 메이저와 인디 사이의 ‘작은 아티스트’가 펼치는 현재진행형 도전기는 보다 큰 현실감과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8 마일’(2002), ‘겟 리치 오어 다이 트라인’(2005), ‘노토리어스’(2009)와 같이 화려한 톱 뮤지션의 일대기를 재조명한 영화는 다수 존재해왔지만 장범준처럼 일시적인 영광 이후 버스킹으로 회귀한 가수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란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고, 공연을 잘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그의 고민은 우리 청춘들의 고민과도 통하는 지점이다. 막연하게 성공을 꿈꾸는 이들은 많지만 정확한 대상과 방법, 내 능력에 객관적으로 접근 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렇기에 그의 봄날을 여전히 응원하게 된다.

2집을 무사히 성공시켰음에도 장범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음악에 몰두하고 더 좋은 음악을 위해 고민한다. 영화의 제목인 ‘다시, 벚꽃’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사진=영화사 진진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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