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트로이트 에이전시에 대금 떼였다" 자동차부품업계 사기논란으로 울상

美에 부품 수출하는 3개 중기
수십억 대금 3년 넘게 못받아
"제2·3의 피해자 발생 막아야"
"韓기업이 계약 위반해 피해"
美 중개상은 되레 맞소송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미국에 있는 중개상에게 납품을 했다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물품대금을 떼이는 일들이 발생,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피해 중소기업들은 3년이 넘도록 납품대금을 못받고 있지만, 해당 중개상은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지난 2014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에이전시 B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 샘플을 개발한 후 납품을 시작했다. 그러나 A사는 3년이 지나도록 B사로부터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A사 대표는 “B사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미리 주문받아 만들어 두었던 약 3억원 상당의 부품을 모두 폐기하면서 받지 못한 대금 2억5,000만원을 합쳐 총 5억5,0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A사는 물품대금이 늦어지자 최종 납품처인 글로벌 자동차제조업체를 찾아가 상황을 알리고, 납품지급을 호소했다. 이에 B사는 자신을 거치지 않고 거래처와 접촉해선 안된다는 계약서 조항을 어겼다며 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사 관계자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의 지사가 많은 디트로이트에서 현지 영업을 해준다길래 믿었다가 손해를 보게 됐다”며 “자금력이나 맨파워가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을 노린 사기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토로했다.

납품대금 피해를 입은 곳은 A사 뿐만 아니다. 또다른 자동차부품업체 C사 역시 B사와 3개월 간 소규모 납품 거래를 했다가 마지막 달의 납품대금 1억원을 못받고 있다.

D사의 경우는 피해액이 10억원을 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B사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납품을 하던 중 B사가 14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해 18억원 지급 판정을 받아냈지만 B사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버티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미국에서 소송에 대응하기엔 언어·문화 장벽이 크고 변호사 선임비용도 만만치 않아 힘들다”며 “하지만 제 2, 3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기업들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진정서를 제출하는등 다방면으로 피해 구제 방법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KOTRA는 피해 사례와 수법, 수출시 유의사항 등의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기업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뉴스레터를 보냈다.

이같은 국내 업체들의 피해 주장에 대해 중개상 B사는 사실과 다를 뿐더러 일방적인 이야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품에 하자가 있어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물품대금을 주려고 했으나 좀 늦어진 것뿐이라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계약서 사항 위반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소송과 괴롭힘으로 인해 미국 디트로이트 내에서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겨 오히려 피해를 입은 건 우리 쪽”이라며 “미국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고, 그렇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로 받을 돈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물품 대금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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