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오른쪽 두번째)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첫 선거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보수 진영 주도권을 놓고 2일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유 후보는 대선후보 선출 이후 첫 주말을 대구경북(TK)에서 지내며 돌아선 TK 민심 잡기에 주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립각을 세운 탓에 TK 내 퍼진 반감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 후보는 이날 경북 영주 풍기읍에 있는 선친 묘소를 참배한 뒤 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지역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 전날 대구에 도착해 주요 지역을 돌며 4·12 재보선 지원 유세를 펼쳤다. 유 후보는 이번 재보선의 유일한 국회의원 선거 지역인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을 찾아 당 후보로 출마한 김진욱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한국당의 친박 핵심인 김재원 전 정무수석이 출마한 탓에 이곳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망치고 숨어서 정치하려는 세력들을 대구경북에서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며 맹비난했다.
유 후보는 연일 친박과 한국당, 홍 후보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자신이 보수의 대안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등을 돌린 집토끼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홍 후보는 이날 유 후보의 비판에 대해 “응석받이 어린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바른정당에 대해 “가출했던 분들”이라며 “어린애처럼 응석 부리지 말고 조건 없이 돌아오라”고 말했다. 유 후보와 바른정당을 연일 자극하며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이고 있는 것이다. 홍 후보는 앞서 유 후보가 선거보조금을 노린다며 ‘제2의 이정희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해 유 후보 측 캠프가 반발한 바 있다.
홍 후보는 또 ‘가출(탈당)한 사유’가 없어졌다며 보수 재건을 위해 하루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바른정당을 ‘작은 집’으로, 자신이 ‘큰 집’의 어른이라거 비유하며 바른정당이 보수 적통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홍 후보는 “탄핵의 원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없어졌다. 탄핵 때문에 분당했는데 탄핵이 없어졌으니 분당할 구실이 없다”며 “(바른정당은) 돌아와야 한다. 계속 돌아오는 것을 주저하고 또 조건을 내거는 것은 보수 우파 진영을 궤멸시키려는 의도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당 사람들은 바른정당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고 바른정당 사람들이 문을 활짝 열고 돌아오는 걸 맞이해달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보수 진영 분열의 책임은 그분들이 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