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에게도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지난해 9만6,499명으로 2004년 3만9,265명보다 2.5배 늘어났다.
또 학회가 올해 초 전국 주요 대학병원의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 857명을 조사했더니 보호자 10명 중 약 7명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간병 부담’을 꼽았다. 알츠하이머 치매 등 치매 환자들은 각종 돌봄센터를 이용하거나 집에서 방문간호·요양·목욕 서비스 등 장기요양보험 재가(在家)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 같은 사회적 지지체계의 도움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환자가 한창 경제활동을 할 40~50대 연령층이라면 가계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40~50대 파킨슨병 환자의 비중은 9.1%(8,816명)로 치매의 9배나 됐다. 파킨슨병 환자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4분의1 수준이지만 40~50대 환자는 오히려 1.8배쯤 된다.
조진환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간병비·약제비·보장구 부담은 상당하다”며 “치매 환자처럼 돌봄센터, 장기요양 재가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사회적 지지체계를 도입해 간병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에 비해 파킨슨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도 문제였다. 환자들이 파킨슨병 증세가 나타난 후 병원을 찾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9.4개월이었으며 4명 중 1명(26%)은 1년을 넘겼다.
김중석 가톨릭의대 교수(총무이사)는 “국내 파킨슨병 연구가 치료·진단법에 집중돼 있다”며 “정부가 국가 단위 역학연구와 발병원인, 환자·보호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초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킨슨병은 중뇌 흑색질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점점 사멸해가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뚜렷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손을 무릎 위에 가만히 얹어 놓고 있는 등 안정 시 오히려 떨림이 심해진다. 걸을 때 보폭·팔의 흔들림이 작아지며 나중에는 발을 끌게 되고 팔을 약간 굽힌 채 몸 옆에 붙인 상태로 걷게 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운동장애가 점점 진행, 자세가 불안정해져 자꾸 넘어지거나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얼어버린 것처럼 꼼짝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얼굴에서 점차 감정의 표현이 없어지고 말을 할 때 음량이 점차 작아지며 심해지면 발음장애로 알아듣기 어려워진다. 잠을 자다 소리를 지르거나 주기적인 다리의 이상운동으로 인해 잠을 깨는 경우가 많아진다. 배뇨장애, 감각장애, 변비, 우울증 등이 동반되고 10% 가량에선 치매라고 할 만한 심한 정신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