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에게 치매 수준의 돌봄 서비스를"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보호자 10명 중 7명 "간병부담 크다"
환자 중 40~50대가 9%…치매의 9배



파킨슨병 환자에게도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는 지난해 9만6,499명으로 2004년 3만9,265명보다 2.5배 늘어났다.

또 학회가 올해 초 전국 주요 대학병원의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 857명을 조사했더니 보호자 10명 중 약 7명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간병 부담’을 꼽았다. 알츠하이머 치매 등 치매 환자들은 각종 돌봄센터를 이용하거나 집에서 방문간호·요양·목욕 서비스 등 장기요양보험 재가(在家)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 같은 사회적 지지체계의 도움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의 63%는 병원에 갈 때 자녀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다. 보호자의 47%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병원 방문과 간병 등을 위해 시간을 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파킨슨병 환자가 한창 경제활동을 할 40~50대 연령층이라면 가계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40~50대 파킨슨병 환자의 비중은 9.1%(8,816명)로 치매의 9배나 됐다. 파킨슨병 환자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4분의1 수준이지만 40~50대 환자는 오히려 1.8배쯤 된다.


조진환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간병비·약제비·보장구 부담은 상당하다”며 “치매 환자처럼 돌봄센터, 장기요양 재가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사회적 지지체계를 도입해 간병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에 비해 파킨슨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도 문제였다. 환자들이 파킨슨병 증세가 나타난 후 병원을 찾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9.4개월이었으며 4명 중 1명(26%)은 1년을 넘겼다.

김중석 가톨릭의대 교수(총무이사)는 “국내 파킨슨병 연구가 치료·진단법에 집중돼 있다”며 “정부가 국가 단위 역학연구와 발병원인, 환자·보호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초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킨슨병이란?

파킨슨병은 중뇌 흑색질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점점 사멸해가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뚜렷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손을 무릎 위에 가만히 얹어 놓고 있는 등 안정 시 오히려 떨림이 심해진다. 걸을 때 보폭·팔의 흔들림이 작아지며 나중에는 발을 끌게 되고 팔을 약간 굽힌 채 몸 옆에 붙인 상태로 걷게 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운동장애가 점점 진행, 자세가 불안정해져 자꾸 넘어지거나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얼어버린 것처럼 꼼짝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얼굴에서 점차 감정의 표현이 없어지고 말을 할 때 음량이 점차 작아지며 심해지면 발음장애로 알아듣기 어려워진다. 잠을 자다 소리를 지르거나 주기적인 다리의 이상운동으로 인해 잠을 깨는 경우가 많아진다. 배뇨장애, 감각장애, 변비, 우울증 등이 동반되고 10% 가량에선 치매라고 할 만한 심한 정신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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