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감정평가업계 전체 수수료 수익 7,600억원 중 공시업무의 비중은 12.7%로, 2010년(20.3%)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때 감평법인의 주 수익원이었던 공시업무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그간 감정평가사들이 맡았던 업무를 한국감정원이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2012년부터 기존에 감평사들이 하던 월·분기 단위 지가, 상업용 부동산 동향 조사를 맡아서 하고 있다. 수수료 금액으로 따지면 약 300억원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300억~400억원에 달하는 단독주택공시 업무까지 한국감정원이 맡을 예정이라 공시업무 비중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감평사를 공시업무하는 사람으로 여길 정도로 그 비중이 컸지만 감정원이 감평사들이 해야 할 업무를 모두 가져가면서 감평사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감평사는 “수수료 체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최저가 수수료를 제시하기 때문에 의뢰인이 원하는 감정평가액으로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감평사들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무영역 확대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최근 부동산 서비스 산업 육성 필요성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 집단인 감평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프라임감정평가법인의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인 DTZ와 제휴해 감정평가 업무뿐만 아니라 대형 부동산 매각 및 매입 자문, 컨설팅 등의 업무로까지 영역을 확대했으며, 지난해 DTZ와 제휴와 끊긴 후에는 미국 보스턴 기반의 컨설팅사 SVN과 제휴를 맺었다.
또 작년에 글로벌컨설팅사인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는 메이트플러스감정평가법인을 설립하면서 김정민 감평사를 대표로 영입했다. 김 대표는 “컬리어스의 주 업무인 매입 및 매각 자문, 임대차 대행, 컨설팅 등의 업무에 감평사의 주 업무인 가치평가를 결합하면 다양한 형태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대다수의 감평법인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감평사에 대한 평가가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감평사들은 먹고 살만한 수준”이라며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기존 틀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