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사진) LG화학(051910)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대전 유성구 대덕단지 내 LG화학 기술연구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부회장은 “중국 자동차 배터리 공장은 사실 중국 내수를 겨냥한 시설이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차질이 조금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국 이외의 다른 지역에 수출하고 일부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돌려 큰 문제는 없다”고 자신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인증 기준을 강화해 한국 업체의 배터리가 사실상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박 부회장은 지금은 중국 시장에서 곤란을 겪는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020년께가 되면 보조금은 다 없어지는데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한다”며 “결국 기술적으로 남들이 못 쫓아오는 것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로는 처음으로 올해 1조원을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매출액 대비 4%가 넘어 독일의 바스프(3.8%)나 미국의 다우케미칼(3.3%) 등과 비교해 비중 면에서는 월등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지 부문에 30% 정도, 나머지 기초·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신사업에 각각 10~20%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현재 8조5,000억원 정도인 신제품 매출액을 2020년에는 16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지난해 말 R&D 역량 강화를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 조직을 신설해 수장으로 LG화학기술연구원장인 유진녕 사장을 선임한 LG화학은 내부적으로 기초소재 부문에서 주력 상품으로 고흡수성수지(SAP)와 합성고무, ABS 특화제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기술기반 제품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또 전지 부문에서는 2차전지, 고용량 소형전지, 고에너지·고출력 ESS 개발을 가속화하고 정보전자소재 부문은 편광판과 수처리(RO) 필터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재료 부문에서는 고성능·장수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소재와 차세대 전기차용 양극재 개발에 전념하는 한편 생명과학 부문은 합성신약과 백신 개발을, 자회사인 팜한농을 활용해 작물보호제와 기능성 종자 우수형질 개발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 부회장은 “리튬이온전지를 대체할 혁신전지의 등장 시기를 2020~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우리가 소재에서 감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간다고 생각하기에 혁신전지 분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M&A도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부회장은 “다우와 듀폰의 합작 등 그린바이오 쪽에서 큰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2025년 매출 5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매력이 있는 사업이면 M&A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박 부회장은 LG화학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전지 부문 투자를 계속해 세계 1등의 지위를 계속 유지해나가고 수처리 필터 부문도 기술력이 입증된 만큼 산업용과 가정용 시장에 진출하면 현재의 몇십 배 정도는 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팜한농 역시 10년 안에 10위권, 25년 안에는 글로벌 6위권을 목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LG화학 연구개발 분야 투자 추이(단위 : 억원·명)
년도 | 2016 | 2017 | 2020 |
투자액 | 7,800 | 10,000 | 14,000 |
인원 | 4,600 | 5,300 | 6,300 |
신제품매출액 | 71,000 | 85,000 | 163,000 |
◇LG화학 중장기 연구과제
구분 | 내용 |
에너지 | 혁신전지, 연료전지용 소재, 자동차 경량화 고기능화 소재 |
물 | 세라믹 분리막 소재 필터, 차세대 수처리 기술 |
바이오 | 유전자기술, 혁신신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