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개선 차질 이랜드, 신용 줄하향?

리테일 IPO 무기한 지연 탓
그룹 유동성 적신호 켜져
지난달 등급 하향조정 한신평
"中법인 수익 등 집중 모니터링"
한기평·NICE신용평가도
신용등급 하향 적극검토 나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이랜드그룹을 집중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자금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수혈에 나선 이랜드그룹은 임금체불 문제 등으로 예비심사가 지연되며 그룹의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달 31일 ‘상반기 이랜드그룹 중점 모니터링 요소’에 대한 스페셜 코멘트를 통해 “유동성 대응력, 이랜드리테일 IPO 성과, 중국법인 3사의 수익창출력을 이랜드그룹의 중요한 모니터링 대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지난달 말 이랜드월드의 회사채(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A3)’에서 ‘BBB-/부정적(A3-)’으로, 이랜드리테일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 역시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를 위한 자료를 회사측에 요청한 상태다. 이랜드그룹이 차입금 상환 계획 등 자료를 제출할 경우 수시평가를 진행해 이르면 이달 초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을 낮출 예정이다.


신평사들이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 하락에 나선 이유는 이랜드리테일 IPO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랜드그룹은 올 1·4분기 이랜드리테일을 상장해 자금을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런 계획은 지난해 말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고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지연하며 중단된 상태다. 거래소는 회사 측에 자료를 요청하고, 이를 토대로 예비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상장을 위한 심사위원회 날짜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이 지연되면서 이랜드그룹의 유동화 채무 관련 조기상환 부담이 나타나는 등 유동성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한기평 관계자는 “2015년 말 이후 영업현금창출력 저하로 재무부담이 증가하며 만기도래 차입금의 차환이 단기차입금 위주로 이뤄져 주력계열사들의 차입구조 단기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및 계열사들의 차입비중이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올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는 6,133억원 가량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신평사들은 이랜드리테일의 IPO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신평 관계자는 “IPO 진행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유동성 대응능력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이랜드리테일 IPO가 철회될 경우 대체자금조달방법과 이를 위한 자구계획의 내용, 실행 시기, 효과의 충분성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에 이어 한기평도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며, NICE신용평가 역시 내부적으로 등급 하향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들이 연이어 등급을 하락하면 트리거(Trigger)보유 차입금의 상환압박이 늘어나 유동성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신평사의 한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이 언제쯤 진행될 수 있는지, 충분한 돈이 들어와 유동성을 해결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상장을 한다고 해도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디스카운트 돼 충분한 돈이 들어오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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