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실과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STX조선해양의 사례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적용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 있다. 천 의원실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자는 자율협약 대상이 아닌 비협약 채권으로 분류되며 원래 계약한 상환 날짜에 맞춰 100% 원리금을 돌려받았다”며 “이 같은 사실이 있는데도 국민연금이 정부에 아무런 요구를 하지 못한 채 채무조정에 합의한다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채 채무조정에 참여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과거에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들여다본 것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채권단 주도로 자율협약을 진행하면서 회사채 투자자는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은 당시 원리금 상환 일자가 도래한 회사채 1조2,000억원을 모두 갚았다. 이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자금 지원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STX를 제외한 나머지 STX그룹 계열사의 회사채는 모두 자율협약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으로 회생에 성공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돌입 시점에 남은 약 2,000억원의 회사채 투자금은 법정관리 이후 약 5%만 투자자에게 회수됐다.
당시 STX 자율협약에 관여한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때는 회사채의 비중이 비교적 낮고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회사채 투자자를 일일이 설득하는 일이 까다로웠기 때문에 자율협약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자율협약은 기업 구조조정 방식 중 가장 강제성이 약하다. 협약채권단 100%가 동의해야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반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따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통합도산법에 근거한 법정관리는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아도 채무조정을 할 수 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이나 STX조선해양 같은 조선업체는 워크아웃시 배 건조를 맡긴 선주(船主)가 계약 불이행 조건에 해당한다며 배 인도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협약을 택한 것이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자율협약에서 회사채 투자자를 제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자는 2015년 10월 산은 등이 4조2,000억원을 지원할 때 ‘무임승차’한 전례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산은과 수은 지원금의 상당수는 회사채 원리금을 갚는 데 썼다”며 “그때 회사채 채무조정을 함께 했다면 지금의 추가 지원 규모는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과 분식회계가 드러난 후에도 투자한 경우에는 도덕적 해이마저 우려된다. 고위험 고수익을 노린 투자자까지 원리금을 보호해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을 신규 지원하면서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쓰이지 않도록 감시할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신규 자금을 지원할 때마다 위원회를 열어 용도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