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발전기'로 올 매출 10억 달성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배터리 일체형 발전기 첫 개발
오지서 폰 충전·랜턴 사용 가능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
지난해 8월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에서 1억 8,000만원의 선주문을 받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나왔다. 강이나 계곡의 흐르는 물을 전력 에너지로 변환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 일체형 발전기 ‘이스트림(Estream)’이다. 배터리 일체형인 발전기는 이스트림이 세계 최초로, 설립 3년차 스타트업이 개발했다. 전기가 없는 인도 산간 지역에서 느낀 안타까움을 창업으로 연결시킨 박혜린(32·사진) 이노마드 대표가 주인공이다.

2006년 인도 배낭여행 당시 카메라를 충전할 전기조차 없던 산악 지역에서 만났던 소년과의 인연이 이스트림의 시작이다.

“2박 3일 코스로 트래킹을 계획하고 코다이커널 지역의 한 가정집에 머물렀어요. 7살 남자아이가 엄마와 단 둘이 사고 있었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 양초를 켜놓고 밥을 먹더군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 아이가 너무 신기해 하는 거에요. 나보다는 이 소년이 카메라를 가지면 좋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가 카메라를 가지더라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박 대표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당연하게 누려왔던 문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당시의 경험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조류플랜트 제조기업 연구팀에서 일하던 그는 2013년 노기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의기투합해 에너지기술 기반 스타트업 ‘이노마드’를 세웠다. ‘에너지(Energy)’와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 전기 인프라가 없는 곳을 유랑하는 사람들이 에너지를 자유롭게 만들어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이노마드가 개발한 휴대용 수력 발전기 ‘이스트림’. /사진제공=이노마드
3년간 개발에 매진한 끝에 지난해 500ml 실린더 형태의 휴대용 수력발전기 ‘이스트림’을 출시했다. 흐르는 물에 설치하면 물의 속도에 따라 2.5W에서 최대 7W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전기는 이스트림 내부의 배터리에 충전되는데, 스마트폰 2대(아이폰 기준)를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이다. 수력을 이용해 내장 배터리를 충전하고, 완충된 배터리는 본체에서 분리해 스마트폰을 충전하거나 랜턴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트레이드쇼에 참여하면서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킥스타터와 인연을 맺었다. 킥스타터 매니저가 이스트림을 보더니 무조건 출품하라고 권한 것. 8월 킥스타터에 이스트림 영상을 올렸고 1억8,000만원 어치의 선주문이 몰렸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의 캠핑용품 리테일러로부터 구매 요청이 쇄도하면서 제품 양산에 필요한 자금이 확보됐다. 주문 물량을 소화하면 올해 매출은 1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박 대표는 미국 서부와 동부, 그리고 유럽 등 해외 거점 3곳에서 온라인 마켓을 통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터치오브모던‘이라는 온라인 스토어를 확보했다. 고객의 80%가 30~40대 남성으로 이스트림의 타깃 고객과 맞아 떨어진다. 미국 동부를 겨냥한 뉴욕과 유럽 시장을 공략할 영국 런던에서 거점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매출 1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 캠핑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보급형 모델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가져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