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4개社 분할 "2021년까지 3.5조 투자...제2의 도약"

중공업·일렉·건설기계·로봇 등 4개사 공식 출범
권오갑 부회장 "기술·품질이 핵심 가치" 선언
현대重 향후 5년 2조 투자...4개사 총 3.5조 투입
직급 체계도 3단계로 단순화 추진

왼쪽부터 최길선(앞줄 오른쪽)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부회장, 강환구 사장, 정기선 전무 등 현대중공업 주요 경영진이 3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관 앞에서 기념 식수(植樹)를 하기 위해 삽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중공업


전기·전자와 건설장비 등 비(非)조선 사업을 떼어 낸 현대중공업이 제2 창업 수준의 대변신에 나선다. 최악의 조선 경기 침체를 기회로 삼아 5년 간 2조원을 투입하는 등 기술·품질 중심의 조선사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사업군도 그간 조선업 울타리에 엮여 발생했던 각종 제약을 뛰어 넘어 ‘글로벌 톱5’를 위한 도약에 나선다.

현대중공업과 여기서 분할된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 등 4개 회사는 3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공식 출범 기념행사를 갖고 ‘기술·품질 중심의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행사에서 “오늘이 현대중공업의 제2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기술과 품질을 모든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아 각 분야 글로벌 톱5 진입을 목표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분사(分社) 계획 발표 5개월여 만에 회사를 6개 법인으로 쪼개는 대수술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태양광 사업을 하는 현대그린에너지와 선박 사후 관리 서비스를 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분사시킨 것을 시작으로 현대일렉과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까지 분할을 마쳤다. 현대그린에너지과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각각 현대중공업과 현대로보틱스 100% 자회사가 됐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 등 4개사는 오는 2021년까지 총 3조5,000억원을 기술 개발에 쏟아 붓는다. 분할 전 현대중공업의 2016년 기술개발 투자액이 2,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 하면 연 평균 3.5배에 이르는 금액을 기술 확보에 투입하는 것이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중공업 2조500억원(이하 시설 투자 포함) △현대일렉 6,800억원 △현대건설기계 6,600억원 △현대로보틱스 1,100억원이다. 이를 통해 1% 수준이었던 대비 기술 개발 투자 비중을 6~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특히 최근 환경 규제와 맞물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 선박 개발을 비롯해 해양플랜트 기자재를 국산화하고 이를 글로벌 표준화하는 데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설계 및 연구개발(R&D) 핵심 인력도 현재 4,000여명에서 1만명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각 사업이 한 울타리에 있어 필요한 기술 투자에 제약에 있었다”면서 “완전 독립 법인으로 분할된 만큼 개별 상황에 맞는 투자가 적기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흐름에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직급 체계도 이번 기회에 대폭 손질한다. 현대중공업은 기존 4급-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5단계 직급 체계를 단계적으로 3단계까지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창사 이래 인사 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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