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남단의 지브롤터는 남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대륙이 마주 보고 있어 예로부터 열강의 해상세력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곳이다. 지브롤터(Gibraltar)라는 명칭도 이슬람교 장수인 ‘타리크의 산’을 의미하는 아랍어에서 유래됐다. 지브롤터는 1704년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에 뛰어든 영국이 직접 군대를 파견해 스페인으로부터 뺏은 영토다. 이후 300년간 영국의 직할 식민지이자 영국 지중해 함대의 최대 기지로서 자리 잡고 있다.
지브롤터에는 유럽 유일의 바버리원숭이가 사라지면 영국에 의한 통치가 종식된다는 오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윈스턴 처칠은 한때 지브롤터에 살던 원숭이가 줄어들자 특별보호대책을 세우라는 지시까지 내렸을 정도다. 스페인 정부는 과거 국경 봉쇄조치까지 내리면서 영국 측에 지브롤터를 돌려달라고 줄곧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영국계인 지브롤터 주민들이 스페인으로 귀속되기를 거부하는 탓에 애를 태우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협상이 엉뚱하게 지브롤터로 불똥이 튀었다고 한다. EU가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 합의가 지브롤터에 적용되려면 스페인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가뜩이나 영국이 얄미운 EU가 스페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브롤터를 사실상 영토분쟁지역으로 공식 선언한 셈이다. 독립을 원하면서도 스페인에 넘어가 경제난에 시달리기 싫다는 지브롤터인들의 마음도 복잡할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