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인재원' 만들고 원장 임기 10년보장 외풍 막아야"

이 근 면 前 인사혁신처장에 들어본 차기정부 인사정책
경제·산업·사회·과학 부총리 4명이 장관 지휘
TF장관 등 숫자 두배로 늘린다고 '큰정부' 아냐



“차기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재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문화된 국가 인사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않는 인사가 계속될 것입니다.”

이근면(65) 전 인사혁신처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으로 들어설 새 정부에 국가인재원을 두라고 제언했다. 원장의 임기를 무려 10년으로 정해 국가 인재 전략을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실행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와 같이 논공행상 차원의 인사, 정파적 인사가 새 정부에서도 반복될 경우 이른바 ‘인사 참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이 전 처장은 강조했다.

이 전 처장은 삼성에서 37년간 인사 업무만 한 사람이다. 지난 2014년 11월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깜짝 발탁돼 2016년 6월까지 일했다. 최근에는 그간의 경험과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담은 책 ‘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를 펴냈다. 이 전 처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인사정책과 정부 조직개편 방향에 대해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국가인재원장 임기는 10년으로=이 전 처장이 차기 정부에 설립을 주문한 국가인재원은 기업으로 치면 최고인사책임자(CHO·Chief Human-resource Officer)의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이다. 현재 인사혁신처, 청와대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 등이 나눠 맡고 있는 인사업무를 총괄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인재전략을 수립·실행하는 기구다.

핵심적인 주장은 국가인재원장의 임기를 10년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처장은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임기가 10년이니까 대선 과정에서는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수사하고 대선이 끝난 뒤에는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치적 외풍에 흔들림 없이 인재전략을 실천하려면 10년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총리 4명으로, 부처는 기능별로 나눠야=이 전 처장은 차기 정부가 ‘부총리 중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사회가 과거보다 커진 만큼 4명의 부총리가 장관을 지휘해 국정을 수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전 처장은 “경제·산업·사회·과학을 각각 맡는 부총리가 있어야 한다”면서 “각각의 장관은 4명의 부총리 아래서 업무를 크로스오버 또는 오버래핑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한 명의 장관이 복수의 부총리 산하에 편제돼 교차 형태로 일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전 처장은 장관 숫자도 두 배쯤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처장은 “부처를 기능별로 나누는 생각을 왜 못하는가”라며 “왜 상이한 기능을 억지로 붙여서 비효율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대표적인 예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복지 쪽 전문성을 가진 문형표 전 장관이었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복지 전문가가 방역을 지휘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관 수 두 배로 늘려야…TF 장관도 필요=이 전 처장은 “장관 숫자를 현재보다 두 배 늘린다고 해서 큰 정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장관 수를 정해놓은 뒤 부처의 업무를 정하니까 국회에 나와 답변도 잘 못하는 장관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처장은 “부처 장관뿐만 아니라 태스크포스(TF) 장관도 필요하다”며 “일자리 장관, 저출산·고령화 장관 등 목적형 장관도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처장은 “내 편, 네 편 따지지 말고 제발 국가대표급 인재를 기용하라”고 차기 정부에 주문했다. 이 전 처장은 “기업에서는 누가 누구에게 줄 선다는 얘기가 나오면 바로 조직의 책임자가 날아간다”면서 “새 정부는 지연·학연·정파 따지지 말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만을 기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준호·권경원기자 next@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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