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처음에는 모델 지망생으로 소속사(JYP)를 들어갔지만 이후 2PM으로 가수 데뷔 후, 연기자로 작품을 하나하나 해가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시간위의 집’을 본 동료 배우들은 그를 두고 “전체를 볼 줄 아는 배우”라고 칭했다. 이에 대해 옥택연은 “연기는 여전히 어렵고, 연기에 대한 칭찬은 더 부끄럽다”며 “확실 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걸 쏟아 붓는 연기를 덜하게 된다”고 답했다. “처음 연기할 때만 해도, 가수 활동 때처럼 3분이란 시간 안에 모든 걸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점점 작품을 해 나갈수록 내가 나오는 장면만이 중요한 게 아님을 깨닫게 되더라. 짧게 나오든 길게 나오든 상관없이 인물의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어요.”
그는 2010년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로 연기자로 데뷔해 당차고 안정된 연기를 선보이며 KBS 연기대상 신인상 후보에 올라 주목받는다. 이후 ‘드림하이’, ‘참 좋은 시절’, ‘싸우자 귀신아’까지 물오른 연기로 달달한 로맨스까지 선보이며 역량을 넓혀나갔다.
5일 개봉하는 ‘시간위의 집’은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 미희(김윤진)가 25년의 수감생활 후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옥택연은 이번 영화에서 사건이 벌어진 25년 전 그날의 진실을 쫓던 중 ‘미희’의 집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게 되는 ‘최신부’ 역을 맡았다.
전체를 볼 줄 아는 배우 옥택연은 “시간위의 집‘을 한마디로 ‘퍼즐 같은 영화’이다”고 설명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다양한 요소를 지닌 이번 영화는 과거에 평범했던 가족의 따뜻한 공간이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변모, 하나 하나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게 한다.
또한, 집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과 ‘미희’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아들 ‘효제’의 모습, 불안함을 자아내는 ‘장지관’, ‘만신’과 같은 캐릭터의 등장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묘미를 극대화시킨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스토리 자체 오차 범위가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속에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장르를 끌고 가는 게 신선했어요. 예상 못한 반전이 밝혀지면서 느끼게 되는 신선함도 좋았죠. 최신부가 비중이 적다고 말하기도 하시는데, 반전을 위해서 쌓아간다는 느낌이랄까. 조금 더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생각했죠.”
‘시간위의 집’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장르 전문 감독인 장재현 감독이 각본가로, 임대웅 감독이 연출로 참여해 화제가 된 영화. 여기에 한국과 미국, 양국을 오가며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윤진이 2014년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국내 스크린 귀환을 알린 복귀작으로 개봉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베테랑 제작진과 배우들과의 작업은 “좀 더 여유롭다”는 인상으로 기억됐다. “작품만의 특별한 분위기라기 보다는 서로 좀 더 배려하고, 작품에 대한 생각들을 나눠 가졌어요. 작품에 대한 의지, 열정이 좀 더 남달랐던 것 같아요.”
엄밀히 말해 주인공은 김윤진이지만, 최신부가 없으면 이야기가 전개가 안 되는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옥택연의 균형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보였다.
“이야기를 잘 전개해야 한다는 그런 부담감은 없었어요. 좀 더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느껴지길 바랐던 마음은 있었어요. 마치 어린 아기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엄마가 책을 읽어주듯이요. 이 때 엄마가 얼마나 이야기를 잘 해줄 수 있느냐? 가 중요하기 보다는 아이가 편안하게 느껴지게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의 통찰력은 제대로 통했다. 욕심 내기 보다는 핵심을 꿰뚫는 그의 통찰력은 연기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밝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탓일까. 인터뷰 내내 마치 친근한 이웃집 언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알찬 내용을 리드미컬한 말투에 담아 전달했으니 말이다. 이날 현장에서 자몽에이드를 마시며 말을 이어가던 옥택연은 “오늘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카페인 영향으로 더 수다스러운가 봐요(짧은 머리칼을 살짝 귀 뒤로 넘기는 포즈까지 취하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곧 이젠 “진중해져볼까요?”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연예인이란 특별함, 아이돌이란 색다른 시선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엔 해외 출국 심사대에서 직업란을 적는 란에 ‘학생’이라고 적었다고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선 ‘싱어’라고 표시해야 하는데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고 했다.
“직업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겠지만,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아이돌이나 배우로 포장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미지론 배우일 수 있고, 가수 일 순 있겠지만, 제 원래 모습이 중요해요. 가끔은 그러한 타이틀이 화려하고 찬란하지만 맞지 않는 옷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사람들이 아이돌 옥택연, 배우 옥택연 이렇게 각자의 호칭으로 부를 땐 어쩔 수 없는 편견 혹은 잣대를 함께 들이미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것 보다는 본연의 자기 자신을 알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잠시나마 그렇게 생각 해봤어요. ”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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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가수와 배우 모두를 포괄하는 ‘아티스트’ 란 칭호는 어떨까. 솔직한 옥택연은 “‘아티스트? 참 좋죠. 그런데 ’아트‘를 하는 분들하고 저는 다르죠.”라며 단박에 거절한다. “소속사에선 가수 혹은 배우로 구분하기 보다는, 서로에게 아티스트라는 호칭을 부르라고 해요. 하지만 전 ‘아티스트’ 하면 떠오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도 아니거든요. 대중 예술가란 말로 정리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거창하게 보여서 싫어요. 전 되게 담백한, 물김치 같은 남자거든요. 하하. ”
이날 현장에서 그는 할리우드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포부도 내보였다. 여기서도 익살스런 그의 말하기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스케줄 조절 때문에 못한 적도 있는데, 그렇다고 가능성이 충분하다? 꼭 그건 아니에요. 가능성이 안 보일 수도 있죠.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할리우드인데 막연하게 ‘도전해봐야지’가 아닌, 얼마나 끈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느냐 여부가 차이점을 만들지 않을까요.”
옥택연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허리 디스크 수술을 두 차례나 받으면서 현역 입대 의지를 굳건히 한 가수이다. 그렇게 재검을 받으면서까지 현역 판정을 받았던 이야기가 현장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히려 그는 “당연 한 건데 이렇게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어색하다.”고 했다.
“의식 있는 가수나 그런 건 아니에요. 굉장히 심플하게 생각했어요. 군대라는 곳은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야 하는 곳이니까요. 그리고 전 꽃다운 나이가 아닌 30대라 (웃음). 그런 건 있어요. 군 입대 다녀온 저에게 스스로 거는 기대가 있어요. 가기 전과 후과 굉장히 다를거라 생각해요. 갔다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오면, 밑바닥부터 저 위까지 올라가보는 생애 첫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모두가 공평해진 뒤 겪게 되는 인생의 깨달음을 경험하면, 여러 가지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마지막으로 쿨가이 옥택연은 ‘시간 위의 집’ 연기에 대해 “보통 배우들의 연기를 a. b. c. d. 이렇게 표현한다면 내 점수는 p(pass)인 것 같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자세와 열정을 통과만 시키는 걸로만 봐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