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배우들이 흔히 ‘연기를 잘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조동인은 “영화는 배우가 만드는 게 아니다. 스태프가 없으면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병진 감독의 ‘우리 이웃의 범죄’ 연출부에 합류, 차근차근 영화판을 몸으로 체험한 배우여서일까. 영화를 찍을 때마다 스태프들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는 것. 수긍가는 신조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는 내실 있는 배우를 눈 앞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배우 조동인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풍산개’ 전재홍 감독이 연출하는 음악영화 ‘원스텝’의 순정파 인디밴드 기타리스트로 돌아 온 조동인은 실제로 학창시절 밴드 경험을 역할에 녹여냈다. 그는 극 중 무대에서 프로 기타리스트처럼 보이기 위해 공연 동영상을 통해 기타를 칠 때의 폼이나 액션 같은 동작들을 끊임없이 모니터하며 연습했다고 한다. 작품은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색청이란 증상을 갖고 있는 여자 시현(산다라 박)이 꿈 속에서 매일 밤 들려오는 멜로디와 관련된 과거를 찾기 위한 과정을 담는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 영화 ‘원스’(2006), ‘비긴 어게인’(2013) 등과 같이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해나가는 영화이다. 조동인은 시현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게 해주는 시발점 역할을 한다.
특히, 가수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한 2NE1의 산다라박의 첫 영화 주연 작품이란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동인은 “너무 예쁜 산다라 박 누나는 이제 새로운 한 걸음을 나아간 거다. 그게 정말 힘든 거다. 누나가 NG도 거의 내지 않고 정말 열심히 했다. 응원하고 싶다”며 신뢰감 가득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MC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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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뮤직 드라마 ‘원스텝’ 영화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추후 발매될 OST 스페셜 트랙에선 조동인이 직접 부른 ‘눈물아 안녕’이라는 곡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영화 속에서 맡은 ‘우혁’의 절절한 짝사랑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긴 곡이다. 무엇보다 그의 숨겨진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어 기대감을 높인다. 수준급은 아니지만 작곡도 곧잘 하는 그는 학창 시절 직접 작곡한 음악을 휴대폰에 녹음했다고 한다. 곡명은 ‘미친사랑’이다. 누나에 대한 짝사랑의 마음을 담은 곡으로 이번 ‘원스텝’의 우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노래를 정말 좋아하지만 여전히 가수 준비생인 친구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제가 특별히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아니에요. 제가 박치, 음치가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노래를 부르게 됐고, 기계의 도움을 받아 노래를 녹음했어요. OST를 녹음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노래를 잘 하는 친구인데도 빛을 못 보고 있는 친구에게도 빨리 좋은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통기타를 즐겨친다는 조동인은 누구보다 김광석의 음악을 애정 했다. 죽어라 노력해서 김광석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그날들’에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영화 배우에 이어, 드라마 출연, 뮤지컬 출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우로서 활동하고자 했다. “제가 앞으로 더 잘해야겠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겁내는 성격은 아니에요. 보이스 ‘김재욱’ 선배처럼 뭔가 싸이코패스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 코미디도 해보고 싶어요.”
‘하얀 전쟁’,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로 각종 영화제를 휩쓴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스톤’의 故 조세래 감독의 아들인 조동인은 2011년 정지영 감독에게 발탁돼 ‘부러진 화살’로 영화계에 입문, ‘스톤’의 주연을 거쳐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갔다.
6년차 배우임에도 항상 신인의 자세로 현장을 대하는 그의 매력은 ‘소탈함’에 있었다. 취재진에게 솔직한 속마음을 하나 하나 털어놓는가 싶더니, 곧 본인의 매력포인트로 예쁜 눈망울을 꼽았다. 실제로 가까이서 본 그의 눈 속엔 무궁무진한 인생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인터뷰 중간 중간 느낄 수 있었던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그의 신뢰감 있는 연기에 한몫 하는 듯 했다.
배우 조동인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조동인이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그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틈틈이 친형(샤인 픽쳐스의 조현우 대표)과 등산을 하며 영화 이야기를 꽃피운다고 한다. 두 형제 모두 시나리오를 쓰는 점도 공통점. 게다가 각자 쓴 시나리오를 ‘별로야’ 하며 끝까지 돌려본다고 한다. 감독인 형과 배우 동생으로 주목받고 있는 류승완–류승범, 엄태화–엄태구의 뒤를 잇는 조현우-조동인 형제의 5년 뒤가 궁금해진다. “저희 형제도 그렇게 되면 좋겠죠. 어마 어마한 류승완–류승범, 엄태화–엄태구 형제 그 뒤를 잇고 싶어요. 사실 저보다 형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엄마한테 하지 못 하는 이야기도 형에겐 다 이야기해요. 형에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우리 형제가 외모적으로 닮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 형이랑 하나도 안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린 시절 길을 지나가고 있으면 누나들이 “너 누구 누구 형 동생이지? 똑같이 생겨서 알아봤다” 라고 말한 기억이 나요. 그렇게 보면 우리 형제가 닮긴 닮았나봐요.“
조동인의 롤 모델은 미담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배우 안성기이다. 조동인과는 ‘부러진 화살’에서 인연을 맺었다. 극중 그는 단역이었고 안성기 배우와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다른 선배라면 까마득한 후배를 기억 못할 수도 있는데,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현장에서 만난 안성기 선배는 ‘야 너구나!’라고 하면서 조동인을 안아줬다고 한다. 물론 조동인 뿐 아니라 레드카펫 입구에서 들어가는 후배들 한명 한명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 선배가 바로 안성기이다.
“당시만 해도 전 원래 선배들이 그렇게 해주는 건 줄 알았어요. 저한테는 안성기 선배님이 딱 그 모습이에요. 지금 말하면서도 감동이 몰려와요. 저도 그런 배우, 그럼 사람이 되고 싶어요. 먼 훗날 조동인 선배는 어떤 선배냐? 라고 물었을 때 후배들이 그와 비슷하게만 기억하고 말해준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와! 진짜 뿌듯하지 않을까요.”
배우란 멋에 취하지 않고 인간을 사랑하는 배우 조동인의 30대, 40대 그리고 50대 그 이후가 더 궁금해진다. 그렇기에 ‘동녘의 어진 사람’ 조동인에게 아낌없는 따뜻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