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던 이랜드리테일이 IPO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유동성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다시 IPO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일단 프리 IPO로 자금을 유치해 급한 불을 끄는 한편 아르바이트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졌던 계열사 이랜드파크의 지분을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이랜드그룹은 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과 IPO 계획을 설명했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상무(CFO)는 “이랜드파크 외식사업 이슈로 상장 절차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투자자 유치, 계열사 분리 등 ‘플랜B’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4월3일자 23면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며 예비심사가 지연됐다. 또 유동성 위기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등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게다가 오는 6월 3,000억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갚아야 해 더 이상 이랜드리테일의 상장만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이랜드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인지해 등급 하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랜드그룹의 차입금 상환 계획 등을 제출받아 수시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랜드그룹은 자구책으로 이랜드리테일의 프리 IPO를 통해 자금을 유치한다. 동부증권(016610)을 주관사로 사모펀드(PF)인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주축이 되는 컨소시엄을 형성해 투자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프리 IPO의 규모는 총 6,000억원. 이 중 3,000억원은 RCPS 상환에 사용되고 나머지 3,000억원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리테일 지분과 교환할 예정이다. 큐리어스파트너스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게 될 이랜드리테일 지분은 과반이 넘는 만큼 경영권은 이랜드그룹에 위임하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도 부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금체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랜드파크는 이랜드월드가 100%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을 앞둔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가치 훼손을 막을 방침이다. 또 지배구조에서 이랜드월드를 순수지주회사로 변경해 패션사업부를 별도로 독립시키는 등 지주회사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규진 상무는 “이랜드리테일은 레저사업부 등 연관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를 분리하는 편이 상장하는 데 수월하다”며 “이랜드월드를 확고한 지주회사로 세움에 따라 상표권 수익과 배당 등을 수익원으로 삼아 새로운 투자에 나서는 등 상장이나 조인트벤처(JV) 등 유연하게 사업구조를 가져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2019년 4월까지 상장을 완료시킨다는 목표다. 오는 12월 예비심사를 청구해 이르면 내년 5월께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이랜드 중국아동사업부도 비슷한 시기에 홍콩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보걸 이랜드그룹 자금본부 본부장은 “기업가치 밸류에이션을 한 결과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가치가 낮아져 상장하더라도 기대하는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현재 500억원 규모의 비수익 브랜드들을 정리하기 위해 주관사를 선정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어 딜이 클로징될 경우 부채비율은 20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