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순수하든, 불순하든 간에 정치판은 그리 만만한 동네가 아니다. 각종 이전투구와 권모술수, 마타도어가 판을 치는 승자독식의 정글이다.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도대체 뭘 위해 정치를 꿈꾸게 됐는지 혼란스러운 시기가 기필코 찾아온다.
19대 대선주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이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시기에 초심을 되새기며 다시 희망을 품게 만드는 ‘감정 물건(평소 잘 쓰지는 않지만 이미 삶의 일부를 지배해 버릴 수 없는 물건)’은 무엇일까. 대선 시즌을 맞아 서울경제신문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감정 물건을 취재해봤다.
안 후보의 감정물건은 종이학이다. 지난 2012년 안 후보가 청춘콘서트 강연을 마치고 강의장을 내려가던 도중 한 학생이 건넨 물건이다. 빨강·파랑·형광색 등 약 1,000마리의 종이학이 병에 담겨 있다. 병 표면에는 ‘1,000마리 학들의 소원과 7,777개 밝게 빛나는 별빛처럼 모든 사람의 희망이 돼주세요’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진심이 담긴 이 선물은 안 후보가 정치를 꿈꾸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다. 지금도 정치적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의원실에 이 종이학을 전시하고 있다.
기사가 나간 뒤 안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청년의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공감하며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초심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 큰 간절함과 강철 같은 의지로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로 바꾸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대선 공약에서도 안 후보는 청년을 위한 질 높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며 연 2만명씩 5년간 총 10만명을 교육시키겠다고 주장한다. 정치 입문 이후 청년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제시하며 뚝심 있는 길을 걸어온 안 후보. 그가 바라보는 ‘청년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로 연결될 수 있을까.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1,000마리 종이학에서 찾은 초심(안철수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