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먹방’, ‘쿡방’까지 예능 트렌드를 모두 모아놓은 듯한 프로그램 ‘윤식당(tvN)’이 초반부터 시청률 10%를 넘나들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 피디의 히트작 ‘1박2일’,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의 장점만을 모은 데다, 고용 불안 시대에 직장인이라면 한번 즈음은 상상해봤을 경치 좋은 곳에 식당 하나 차려서 먹고살 것 걱정 없이 사는 꿈까지 시대가 원하는 ‘로망’을 모두 담은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다.
‘윤식당’은 배우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가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롬복에서 열흘 동안 한식당을 운영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3월 24일 첫 방송의 오프닝은 ‘꽃보다’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함께 떠날 이들이 하나둘 나영석 피디와 함께 자리했고, 이후 출연자들은 홍석천, 스타 셰프 이원일에게 불고기 레시피를 배웠다. 그러나 이들이 식당을 차릴 곳인 인도네시아 롬복이 화면에 펼쳐지는 순간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이 시작됐다. 한적한 국내 산골이 아닌 호주인과 유럽인들이 대다수라는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롬복에서 요리하고 먹고 여행하듯 즐기는 출연자들의 일상에 매료된 것. 여기에 ‘윤식당’을 찾은 한식 마니아 외국인들이 “김치볶음밥도 돼요?” 등의 질문을 하며 꼼꼼하게 메뉴판을 보는 에피소드들도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윤식당’ 제작진은 “‘꽃보다’ 시리즈가 단기여행을 보여줬다면 ‘윤식당’에선 장기여행 또는 은퇴 후 여유롭게 사는 듯한 분위기의 라이프를 보여주고 싶었고, 식당이란 컨셉은 그 라이프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떠올렸던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또 헬싱키에서 식당을 차리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카모메 식당’,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곳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는 ‘안경’ 등 풍광 좋은 곳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영화들도 연상시키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나 피디의 작품들 대부분 내가 체험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대리체험에 대한 만족을 극대화해 왔다”면서 “이번에는 국내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일본 영화 속의 설정 등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의 조합은 4인 가족을 연상시키며 해외에서 식당을 차린다는 설정이 줄 수 있는 불안함을 제거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로 낯섦을 해소한 것이다. 어머니 윤여정은 쉴 새 없이 걱정을 하고, 아버지 신구는 은퇴한 아버지를 대표하듯 ‘최고령 알바생’으로 ‘윤식당’에 들어와 서빙 등 잡일을 한다. 이서진은 맏아들처럼 든든하고, 정유미는 막내딸처럼 사근사근하다. 이 프로그램의 순간 최고 시청률인 12.5%도 가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들의 힘이다. 이 평론가는 “여행지에서의 식당 운영을 낯설어할 수도 있음에도 많은 이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건 바로 그동안 나 피디가 연출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이런 가족적 질서, 보수성 덕”이라며 “이번에도 이러한 보수성이 해외에서 식당을 차리는 가족이라는 낯선 광경에서 오는 이질감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