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봉] ‘한끼줍쇼’·‘아는형님’ 강호동, 예능 상승세…“내려놓으니 올라가네?”

‘신서유기’, ‘아는 형님’, ‘한끼줍쇼’까지…. 명백한 상승세다. 강호동이 공백기와 침체기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빛을 보기 시작했다.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금세 사장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였다.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다. 강호동이 상승세를 탔다는 것은 최근의 성적이 뒷받침한다. 강호동이 출연하는 JTBC의 ‘한끼줍쇼’와 ‘아는 형님’은 최근 방송에서 모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방송된 ‘한끼줍쇼’는 5.640%(전국유료가구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 주와 비교해 0.667%P 상승한 수치다. 그런가하면 지난 1일 방송된 ‘아는 형님’ 역시 5.609%를 차지했다. 지난달 25일 방송분과 비교할 때 무려 1.166%P나 올랐다.

/사진=JTBC ‘아는 형님’
물론 강호동은 원래도 유능한 MC였다. 지난 2002년 ‘뷰티풀 선데이’부터 ‘야심만만’, ‘해피선데이’, ‘황금어장’, ‘스타킹’, ‘강심장’, ‘1박 2일’ 등 숱한 프로그램을 히트시켰다. 유재석과 함께 국민 MC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세금 탈루 혐의가 불거지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잠정 은퇴 후 1년 만에 복귀했으나 이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달빛 프린스’, ‘우리동네 예체능’, ‘맨발의 친구들’, ‘별바라기’ 모두 이전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그런 강호동이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세렝게티나 다름없는 연예계에서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선, 지상파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젊은 트렌드에 맞춰 ‘신서유기’라는 웹 예능까지 발을 들였다. 이어 tvN에 입성한 ‘신서유기’, 그리고 JTBC ‘아는 형님’을 시작으로 케이블과 종편 채널에 본격적으로 몸을 던졌다. 이후 ‘마리와 나’, ‘쿡가대표’, ‘한식대첩4’ ‘한끼 줍쇼’, ‘내 손안의 부모님’까지 非지상파를 주름잡기 시작했다.

이는 현 예능국의 상황을 잘 읽은 영리한 행보이기도 하다. 최근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케이블과 종편으로 이적하는 추세. 좀 더 자유롭고 도전적인 포맷을 실험하는 것이 가능한데다 지상파와 비교해 시즌제로 운영하기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단적인 예로, ‘신서유기’는 2015년 이후 시즌3까지 마무리 하고 어느덧 시즌4를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예능 시장 속 다양한 시도 속에서 기회를 잡은 것이다


/사진=tvN ‘신서유기3’
그렇다고 강호동이 프로그램 자체에만 기대는 것은 아니다. 강호동은 지금 내려놓을수록 올라간다. 바꿔 말해, 약해짐으로써 강점을 키워나가고 있다. 카리스마와 강한 리더십으로 대변되던 그가 어설프기도 하고 약하기도 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MC로서 다수의 출연진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끄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도 출연자 중 한 사람으로 녹아들었다.

‘한끼줍쇼’에서 강호동은 이경규에게 구박받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리액션을 뽐내다가 이경규에게 한소리 듣기도 한다. 이경규가 예능의 대부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강호동은 김희철이나 규현 등 동생들에게까지 구박받는다. 자신 없는 분야에서는 스스로 움츠리기도 하며 있는 그대로를 내보인다.

익숙한 사람과 함께 방송을 하는 것도 강호동이 한결 편해진 이유 중 하나다. ‘1박 2일’에서 쭉 호흡을 맞춰온 나영석 PD와 ‘신서유기’에서 다시 만났다. 나영석 PD는 강호동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받아들이고, 여기서 새로운 매력을 이끌어냈다. 강호동이 이승기, 은지원, 이수근 등 이전에도 합을 맞췄던 동생들 앞에서 약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이면, 나영석 PD는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높였다.

/사진=JTBC ‘한끼줍쇼’
물론 MC로서 다시 기반을 다지고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는 지상파 진출도 해결해야할 과제 중 하나이긴 하다. 강호동은 지난해 SBS ‘런닝맨’ 새 멤버로 합류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 이후 SBS에서 파일럿 프로그램 ‘초등학쌤’을 진행한 것 외에는 정해진 지상파 출연 계획이 없다.

그러나 강호동은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전에 SBS ‘강심장’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상혁 PD와 tvN에서 새롭게 만나는 것. 박상혁 PD에 따르면 스튜디오에서의 토크도, 야외에서의 리얼 버라이어티도, 심지어 게임 진행까지 다 잘하는 강호동이기에 그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할 포맷을 기획하고 있다고.

강호동은 단지 ‘한끼줍쇼’에서만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잠시 닫혔던 시청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처럼, 그 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는 중이다. 50세에 가까워진 나이에도 여전히 아이처럼 웃을 줄 아는 강호동의 상승세에 더욱 가속도가 붙길 바라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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