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행장은 “지난달부터 경제 불확실성이 갈수록 더해지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최근까지 71개 전국 지점에 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청취했다”면서 “전체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만 미리 준비해온 덕에 당장 심각한 쇼크가 있지 않은 이상은 큰 문제 없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매주 월요일에 여는 임원회의를 금융·경영상황 점검회의로 전환해 비상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피해에 금리 상승 충격까지 겹칠 경우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을 감안해 위기단계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김 행장은 “그렇다고 해서 중소기업 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선제적인 지원에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그는 “1·4분기까지 중소기업 자금을 연간 목표 43조5,000억원의 약 32%인 13조8,000억원을 공급했고 올해 공급 목표의 60%를 상반기에 집중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의 자금 공급자 또는 금융 조력자 역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동반자 금융’에 대한 청사진도 밝혔다. 김 행장은 “대출·투자는 물론 컨설팅 및 멘토링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현장밀착형 보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창업·벤처 하면 기업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수요를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정보 중개기관 역할을 통해 중소기업 M&A시장을 활성화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또 경쟁력 있는 기업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역량 있는 제3의 기업에 인수될 수 있도록 돕는 ‘Exit PEF’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3개 국가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벨트 구축을 위한 계획도 밝혔다. 김 행장은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베트남을 다녀온 만큼 베트남은 기업은행 글로벌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며 “현재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며 베트남은 물론 인근 국가의 여신심사 기능을 총괄하는 현지 여신심사센터 개설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M&A는 내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며 프놈펜 현지 사무소 지점 인가 신청을 마친 캄보디아에서는 그룹사와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복합점포 형태의 진출을 추진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중소기업 특화 멤버십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 거래실적, 플랫폼 이용횟수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하는 타 은행 멤버십 플랫폼과 다르게 기업은행은 구인·구직 관련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고객은 플랫폼 내에서 무료로 구인정보를 등록한 뒤 실제 채용 시 포인트를 받을 수 있고 개인고객은 무료로 구직정보를 등록하고 채용기업에 대한 고급정보를 이용해 실제 취업 시 축하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식이다. 김 행장은 “시장조사나 고객만족도 조사가 필요한 중소기업에 마케팅 리서치 툴을 제공하고 설문에 응답한 개인고객에게는 포인트를 지급해 플랫폼의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라며 “이 밖에도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으니 정식 출시를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