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던 금융중심지 여의도가 ‘쇼핑 메카’로 변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메리츠자산운용 등 금융회사들이 여의도를 빠져나가는 가운데 대형 쇼핑몰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여의도 최초의 인터내셔널 쇼핑몰인 IFC몰이 등장한 데 이어 바로 옆 부지에는 2009년 이후 공사가 중단됐던 파크원(Parc1) 공사가 올해 1월 재개돼 2020년 준공될 예정이다. 파크원은 약 4만6,465㎡ 부지에 지하7층~지상69층 규모의 오피스빌딩 2개 동과 8층 규모의 쇼핑몰 1개 동, 31층 규모의 호텔 1개 동이 들어서는 대형복합시설이다. 파크원에는 현대백화점이 서울시내 최대 규모로 입점할 예정으로 영업면적만 8만9,100㎡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32년 동안 여의도의 터줏대감이었던 대신증권이 올해 초 명동으로 이전한 자리에도 복합몰 공사가 한창이며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MBC 옛 여의도 사옥에도 쇼핑문화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대어(大漁)로 주목 받고 있는 MBC 옛 여의도 사옥은 대지면적 1만7,795㎡의 일반상업지역으로 오피스와 판매·주거시설을 갖춘 복합 건물로 개발할 수 있다.
IFC몰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에는 이렇다 할 쇼핑시설이 없었다. 아파트 단지들 옆에 여의쇼핑센터와 증권가에 ‘여백’이라고 불리는 1984년에 지어진 여의도백화점이 있었을 뿐이다. 특히 여의도백화점은 매장 곳곳이 비어 있고 입점했다 하더라도 구멍가게 수준의 매장이 대부분인, 오히려 콩국숫집·고깃집 등 음식점으로 더 유명한 기형적인 상가였다.
여의도 IFC몰 전경. /서울경제DB
하지만 오는 2020년께 파크원을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쇼핑시설들이 일제히 오픈하면 동여의도 일대는 대형 쇼핑시설 밀집 지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복합쇼핑몰 사업 개시와 때를 맞춰 준공 40년이 넘은 낡은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도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 일대의 지형이 대거 변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한강변과 인접한 한양·공작·삼익·대교 등 4개 아파트 단지는 이달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예정이며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여의도 최대 재건축 사업지인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서울아파트·진주아파트 등 이 일대 10여 개 단지 5,000여 가구가 신탁 방식의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수정·시범·목화·미성·광장아파트 등 5개 단지는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해 일반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한편 금융회사들의 탈(脫)여의도 러시가 이어지면서 ‘금융허브’로서 여의도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신증권이 명동 신사옥으로 이전했고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도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에 따라 본사를 여의도에서 중구 센터원 빌딩으로 옮겼다. 앞서 미래에셋증권도 2011년 여의도에서 센터원으로 이사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로 본사를 이전했으며 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도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고 여의도에는 서울사무소만 남아있다. 금융위원회도 여의도를 떠나 광화문으로 이사했다. 삼성자산운용·동양증권 등도 이삿짐을 쌌다.
2007년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중심으로 여의도를 ‘아시아 금융허브’로 육성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여의도 공실률이 커졌고 이후 하나둘씩 금융회사들이 짐을 싸면서 여의도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여의도는 대규모 복합시설이 들어서면서 쇼핑의 메카로 위상이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일대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까지 마무리되면 신도시급의 주거 및 상업단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