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6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 5·18 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인 김경철 씨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구도가 하루하루 요동치고 있지만 보수 진영의 후보는 여전히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이번 대선이 이미 야권의 잔치판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라면 보수·우파는 선거 후에도 ‘약골 야당’의 모습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보수가 좀처럼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 부족해서일까.
우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는 권력투쟁에 임하는 전략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중도·보수 단일화 논의다.
홍준표 한국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전당대회 이전만 해도 국민의당에 연대를 위한 러브콜을 꾸준히 보냈다. ‘영호남 공동정부’ ‘좌파집권 저지’ 등 명분도 확실했다. 이 같은 입장은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자마자 연대 불가론 또는 자강론 등으로 급선회했다. 홍 후보는 6일 광주 5·18 묘지 참배 후 “운동장이 많이 기울어졌기 때문에 호남 1중대(더불어민주당)와 2중대(국민의당)가 다투는 건 의미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물밑에서는 안 후보와 손잡는 연대를 타진해 왔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구(舊)여권 세력에 마음을 열 기미를 안 보이니까 돌연 네거티브로 돌아선 것”이라며 “전략 없이 눈치 싸움만 하다가 지지율과 정치적 실리 모두를 잃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책 차별화를 위한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후보의 공약 가운데 그나마 야권과 구별되는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 후보가 사드 찬성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구분이 모호해졌다. 산업·복지 분야의 경우 오히려 야권 후보보다 진보적인 내용을 담은 정책도 많다.
이런 흐름 속에서 홍·유 후보는 중도 표심을 껴안기는커녕 집토끼마저 놓친 신세다. 5일 리얼미터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대구경북(TK)에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32.2%, 36.4%의 지지율로 접전을 펼치고 있다. 3위인 홍 후보는 15.5%에 불과한 실정이다. 옛 여권 관계자는 “이런 모습이 이어지면 보수 진영은 ‘강한 야당’은 고사하고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세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바른정당은 정책 노선이 아닌 ‘사람’ 때문에 갈라선 세력”이라며 “친박계가 존재감을 상실한 만큼 보수 재건을 위한 혁신·통합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