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부가 득세하던 시절에는 반대자를 억압하고 진실을 엄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만이 옳다”는 자시(自是)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소수만이 공유한 정보도 널리 알려져서 진실을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으며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나만이 옳다”는 전략을 내세우면 오히려 장점이 철저하게 해부돼 단점으로 바뀌고 단점이 환히 드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자시 전략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장점을 상세하게 해명하면서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나아가 자신이 잘못하는 단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도움을 구할 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 “나만이 옳다”는 자시 전략에만 매달리지 않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자비(自非)의 가능성을 인정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닥친 현안만이 아니라 우선적인 국정 과제에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자시 전략으로 성공한 정권의 폐해를 직접 경험했다. 당선자가 장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점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선거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선거 과정은 후보자들이 자신을 더 많이 알리고자 하는 특성을 갖지만 선거 결과는 당선자의 면면이 속속들이 밝혀지지 않고 끝나버린 역설을 낳게 된다. 당선자의 입장에서 영광이었겠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불행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당선자와 국민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끝나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우리는 “나만이 옳다”며 경쟁자를 배제하고 공격하는 후보보다 “내가 틀릴 수 있다”며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슬기롭게 길을 찾으며 경쟁자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후보에게 관심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후보를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알아 당선자와 국민이 불행해지는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