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세타2엔진(GDI) 장착 차량 17만1,348대가 리콜 조치된다. 엔진에서 비정상적인 소음이 나고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현상, 엔진 속 주요 부품이 부러져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 등의 문제가 제기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 조사에 착수한 지 6개월여만이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 8월 이전에 생산된 세타2엔진을 장착한 그랜저(HG), 소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총 5개 차종 17만1,348대에 대해 리콜 조치한다고 7일 밝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엔진 속 주요 부품인 크랭크 샤프트다. 이 부품은 봉 형태의 부품인 커넥팅 로드와 함께 엔진의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하는 장치로 베어링이 두 부품을 연결한다. 연결돼 있는 베어링과 크랭크 샤프트가 원활하게 마찰하기 위해서는 크랭크 샤프트에 오일 공급 홀(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공급 홀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 불량으로 금속 이물질이 발생했다. 이러한 금속 이물질로 인해 크랭크 샤프트와 베어링의 마찰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소착현상이 발생해 주행 중 시동이 꺼질 수 있는 문제가 발견됐다.




현대·기아차는 전체 리콜대상 차량에 대해 문제가 있는 지 전수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차량에 대해서만 새롭게 개선된 엔진으로 교체해주는 방식으로 리콜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이날 공식 입장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에서 진행되는 세타2 엔진 리콜건은 국내 엔진 공장에서 발생한 크랭크 샤프트 오일홀 가공 공정의 산발적인 불량으로 이물질이 발생한 청정도 문제가 원인”이라며 “조치는 해당 차량을 소유한 고객이 현대차 또는 기아차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엔진에 소음발생 등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하고, 조치가 필요한 차량에 한해 엔진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리콜은 개선된 엔진 생산에 소요되는 기간, 엔진 수급 상황과 리콜준비 기간을 감안해 다음 달 22일부터 시작된다. 해당 자동차 소유자는 이 시기 이후부터 현대·기아차 서비스센터에서 전액 무상으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조속한 시정이 우선이라고 판단, 현대차가 제출한 리콜계획을 승인한 뒤 리콜방법과 대상차량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가 세타2엔진 결함에 은폐하거나 조치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명백한 증거를 추가적으로 찾겠다는 입장이다. 조무영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결함의 은폐나 축소, 즉시 시정 등을 하지 않으면 고발조치가 될 수 있다”면서 “이번 리콜 조치는 기술적인 부분만 우선적으로 판단했고 현대차의 결함 사실 은폐 등의 여부는 사실 여부를 조사한 뒤 법률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에서 세타2 엔진과 관련해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2015년 9월 현대차는 47만대의 세타2 엔진이 장착된 소나타를 리콜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만 문제가 있다”며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면서 88만5,000여대의 소나타에 대해 수리비를 전액 지원하고 보증기간도 연장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차별 논란도 있었다.

/조민규·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