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중동 산유국의 맏형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부왕세자는 탈석유를 골자로 한 경제개혁안 ‘비전 2030’을 발표한다.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 그리고 87%에 가까운 재정수입을 책임졌던 석유를 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선택한 첫 번째 대안은 풍력발전이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2.75메가와트(MW)급 풍력발전 터빈을 사들였다. 살만 부왕세자는 “사우디는 석유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2030년에는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9.5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해 사우디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도 비전 2030의 영향이 컸다.
변화의 물결은 사우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우디가 맹주인 석유개발기구(OPEC)와 에너지 패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미국에서는 ‘솔라러시(Solar-Rush)’가 거세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로 2014년 산유국 서열 1위에 올랐다가 저유가 여파로 순위가 떨어져 올해 석유생산량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부터 미국 사막을 점령하기 시작한 태양광 패널은 이제 가정집을 넘어 자동차 덮개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솔라러시를 ‘제2의 골드러시’에 빗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태양광 에너지 시장도 지난해 역대 최고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미국 그린테크미디어리서치(GTMR)와 태양에너지산업연합(S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태양광전지 용량은 1만4,762MW 늘었다. 전년 대비 36% 늘어난 수치다. 신규 발전 설비 용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도 39%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SEIA는 향후 5년 동안 미국 태양에너지 누적용량이 현재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애물로 꼽히던 설비 비용도 급감했다. 지난해 미국 태양광전지 시스템 설치비용은 전년 대비 평균 20% 하락했다. 태양광 모듈의 경우 2015년 4·4분기 와트(W)당 0.65달러였던 가격이 1년 새 0.39달러까지 급락했다. 전기차와 태양광을 양대 사업 모델로 세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미국 내 태양광 패널 무상 설치와 20년 임대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고 있다.
미국에서 태양광 산업이 ‘일자리 효자’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태양광협회(Solar Foundation)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태양광 분야 종사자는 전년 대비 5만1,000명 늘어난 26만77명. 전해와 비교하면 25%, 2010년 처음 조사 당시와 대비해서는 300% 증가했다. 지난 4년간 연평균 태양광 분야 종사자 증가율도 20%에 달했다.
강승진 산업기술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연료로서의 석유 시대가 끝이 나면서 석유의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산유국의 신재생 에너지 투자도 이런 시대적 조류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며 “이미 일각에서 ‘그리드패리티(Grid Paraty)’에 도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른 기술개발 속도를 볼 때 산유국이 아니더라도 이 조류에 편승하지 않는 나라는 어느 순간 에너지 자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