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그가 말을 바꾸고 있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반대 입장을 최근 번복하면서 정치적 노선의 정체성에 관한 논란을 촉발했다. 이로 인해 표심을 사기 위한 쇼맨십인지, 진정성 있는 정책노선 변화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후보는 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왜 입장이 바뀌었냐”는 질문에는 “외교적인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그전의 입장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라고 맞받았다. 안 후보는 지난해 7월10일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라는 개인 성명을 발표하며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후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안 후보의 이런 행보는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를 가속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갤럽은 지난 4∼6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4월 첫째주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 38%, 안 후보 35%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안 후보의 한 핵심 측근은 “안 후보만큼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고 평가해왔다. 그런 안 후보가 사드 발언 번복의 정당성을 위해 내놓은 논리는 ‘외교적인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외교적 상황 변화보다는 보수 표심을 노린 계산된 ‘우클릭 행보’로 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의 지지층은 호남 등 전통 지지층, 문재인 후보가 싫다는 층, 전통 보수층으로 구분된다”며 “대구경북(TK)과 50~60대에서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즉 전통 보수층에 다가가기 위해서도 우클릭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보수의 표심을 더 많이 얻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도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드 문제 이외에 안 후보가 입장을 바꾼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안 후보의 한 측근은 “2012년 대선 출마 당시에도 우리 정책 기조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였다”며 “이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역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우선 개혁과제로 정경유착 타파를 강조하면서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을 여전히 주장했다.
안 후보 캠프에서는 유권자를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 그리고 보수층 유권자를 겨냥한 ‘우클릭’이라는 말 자체에 대해 반대한다. 이런 프레임 자체가 안 후보를 겨냥한 문 후보 측의 프레임이라는 주장이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을 보면 약 80% 국민이 탄핵에 찬성하고 약 70%가 구속에 찬성했다”며 “이 안에는 보수성향 유권자, 진보성향 유권자가 다 섞여 있다”고 말했다. 즉 이번에는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탄핵 이전에는 ‘정권교체’ 가 목표였고, 탄핵 이후에는 ‘보다 좋은 정권교체’로 나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유권자를 보수와 진보로 구분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결국 문 후보 측에서 안 후보의 ‘보수화’를 말한다면 이는 ‘정권교체 찬성세력’이 아닌 ‘탄핵반대 세력’과의 동질화를 의미하는 선거전략상의 프레임이라는 주장이다. 안 후보의 한 측근은 “우리는 그냥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 80%, 특히 더 좋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세력을 겨냥해 우리의 정책을 제시하고 나아갈 것”이라며 “특별히 우클릭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안 후보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문 후보에 대해서는 미래세력 대 과거세력의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경쟁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