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의류 소비 회복세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소비 여력을 보여주는 가계 흑자율이 지난해 30.4%로 2000년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두툼해진 지갑을 열지 말지 결정하는 소비심리다. 시장에서는 최근 전세 가격 안정과 5월 대선을 앞두고 내놓는 내수 경기 진작 공약 등이 탄핵 이후 나타난 소비 심리 개선세에 탄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김영란법과 중국의 사드 보복,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의 여파로 내수 경기가 급랭했지만 올 하반기엔 기저효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조기 대선이 유력했던 2월을 기점으로 4개월 만에 반등했고 지난달에 96.7포인트로 전달 대비 2.3% 상승했다. 여전히 기준점인 100포인트를 밑돌고 있지만 지난해와 달리 경기 회복세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의류 소비는 민간 소비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경기에 대한 민감도는 더 높다”며 “내수 경기 회복시 의류 소비 증가율은 민간 소비 증가율을 오버 슈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기업들이 진행했던 패션 사업 부문의 구조조정도 마무리되면서 올해부터 의류회사들의 실적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의류업체 6곳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7조6,81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2.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80억원에서 5,170억원으로 108.47% 늘 전망이다. 이 같은 실적 증가에 비해 주가 수준은 여전히 낮아 밸류에이션 매력도 충분하다. 이들 업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화영 연구원은 “현재 의류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저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주가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1·4 분기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 속에서도 양호한 이익 모멘텀을 달성한 업체들의 추세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가 최우선주로 추천하는 종목은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 1·4분기에 가장 높은 이익 모멘텀이 기대되며 현 주가 수준(PER 9배)도 동종업계 대비 저렴하다. 계열사인 신세계 출점 수혜와 신규 브랜드 론칭을 기반으로 한 외형성장과 함께 지난해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며 수익성 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고 주가도 연초 대비 8% 넘게 올랐다.
F&F(007700)는 올해 진행 중인 3개 브랜드 가치 제고를 통해 독보적인 이익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F&F는 디스커버리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신발, 트래블 용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MLB는 면세 채널 입점을 통한 신규 매출 창출이 기대된다. MBL키즈도 신규 매장 출점으로 외형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휠라코리아(081660)는 세계 1위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자회사 아쿠쉬네트가 지난해 4·4분기부터 연결실적에 반영된 것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휠라코리아의 예상 영업이익은 1,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08%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마진 브랜드인 ‘마인드브릿지’의 매출 호조가 지속되고 있는 TBH글로벌(084870)도 주목할 만하다. TBH글로벌은 최근 높은 원가율을 기록했던 베이직하우스의 비중을 축소했고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 절감에도 성공했다. 한섬(020000)은 지난달 1일부터 종속회사로 편입된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의 실적 추이가 변수다. 중국과 프랑스 진출에 따른 실적이 얼마나 가시화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재무 건전성이 높은 LF는 라푸마의 부진에도 불구 신사복과 숙녀복의 실적 개선과 액세서리 부문 호조 외형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