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제안한 ‘투자지능지수(IIQ·Investment Intelligence Quotient)’는 금융투자사들이 쉽게 해결 못하고 있는 ‘고객 맞춤형 상품 서비스 제공’의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과거 단순한 설문조사나 포커스그룹 인터뷰(FGI)와 같은 방식을 벗어나 고객의 취향, 위험수용도 등은 물론 자금의 내역과 사용처 그리고 투자금의 회수에 대한 기대 등을 분석해 은행, 증권, 자산운용가 등이 최적의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형식적인 서류로만 남는 투자성향조사가 아닌 금융사 고객의 모든 것을 변수로 한다. 해외 글로벌 투자은행은 이미 이와 유사한 개념의 ‘KYC’ 시스템을 도입했다. ‘너의 고객을 인지하라(Know Your Customer)’의 약자인 KYC는 자금 세탁과 범죄 자금 은닉 등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금융사로 하여금 고객 확인 절차를 준수하게 하는 시스템에서 출발해 고객의 마음을 읽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안하고 판매한다. BOA(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010년 6월부터 투자자산 5만~25 만 달러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온라인 자산관리 브랜드인 ‘메릴엣지’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첫 질문은 “고객님은 어떤 분이세요?”와 같은 다소 추상적인 질문이다. 이후 점진적으로 구체화 된 질문을 통해 투자성향이 파악된다. 메릴엣지는 이와 똑같은 방식의 투자성향 조사를 연 2회 실시해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변경한다. 세계적인 퇴직연금 전문업체 뱅가드는 2013년부터 고객을 자산별로 5단계로 나눈 후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스탠다드(Stadard), 보이져(Voyager),보이져 셀렉트(Voyager select), 플래그십(Flagship), 플레그십 셀렉트(Flagship select) 등으로 나눈 투자성향에 따라 차등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두 회사 모두 투자성향 파악에 있어 단순한 설문 등이 아닌 고객토탈케어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UBS는 2012년부터 80여 명의 전문 상담 집단을 구성해 15~25만 달러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진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내 금융사에 이 같은 시스템이 도입될 경우 연령대와 투자 선호도 등과 관계없이 모든 유형의 고객이나 대중을 대상으로 천편일률적인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투자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만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금융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객들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 있다. 불완전판매란 금융사가 고객에게 펀드 등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기본 구조나 자금 운용, 원금 손실 여부,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가입하려는 상품이 그의 위험선호도를 벗어났음에도 해당 상품을 가입시키는 경우 적합성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 불완전판매로 구분될 수 있다. 과거 이 같은 논란이 몇 차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부 증권사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가 또다시 불완전판매 논란에 시달리는 등 여전히 금융사에서 불완전판매 이슈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현재까지는 불완전판매 이슈가 60대 이상 노년층에 한정돼 있지만 사실 상당수 젊은 층의 금융지식도 노년층 수준으로 낮다”며 “20~30대라고 해서 반드시 금융지식이 높거나 고위험 상품군을 선호하는 것이 아닌 만큼 고객의 나이를 불문하고 불완전판매 이슈가 다시 논란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IIQ가 도입될 경우 해당 고객의 IIQ 결과에 따라 투자 성향과 금융 지식 정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그에 알맞은 상품들로만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금융사가 제시할 수 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를 떨쳐낼 수 있는 것이다. 고객 역시 해당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자신의 자금이 어떤 원리로 어느 자산에 투자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