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새누리당 지지 일색이던 보수층의 표심은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충청남도지사를 거쳐 지금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쏠린 상태다.
안 후보가 안 지사 지지층을 대거 끌어들이면서 대선은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도 나온다. 안 후보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보수층을 붙잡아두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가 대선 막판까지 문 후보에 근접한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사표’ 방지 심리가 강한 보수층은 결국 안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50대 이상 보수층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안 후보에게는 위안거리다.
하지만 안 후보의 지지세가 주춤하면 불안감을 느끼는 정통 보수가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득을 보는 것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될 공산이 크다. 홍 후보도 ‘보수’와 ‘대구경북(TK)’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선거 막판 보수 단일화는 떠도는 보수표를 결집할 최대 이벤트로 꼽힌다. 여러 단일화 공식 가운데 국민의당-한국당-바른정당의 단일화가 가장 파괴력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전망이다. 여기에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정운찬 전 총리까지 합세하는 ‘반박’ 연대 내지 ‘빅텐트’가 쳐질 경우 대선판은 ‘진보 대 보수’로 재편되면서 50대50의 박빙 승부로 치달을 수 있다.
다만 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불임정당’이라는 수모까지 감수하면서 단일화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가 ‘국민에 의한 단일화’를 외치는 것도 이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후보 간 물리적 단일화보다는 중도-보수 결집을 통해 사실상의 단일화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선거비용’도 걸림돌이다. 선거비용을 일부라도 보전받기 위해서는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을 득표해야 하는데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지지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현행 선거법상 10~15% 득표는 선거비용의 절반, 15% 이상은 전액을 보전받는다. ‘자강론’을 외치며 단일화를 거부하고 있는 홍 후보와 유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어쩔 수 없이 대선을 중도 포기하거나 단일화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 때마다 불어오는 ‘북풍’은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 코리아패싱(트럼프-시진핑 맞거래), 북한 선제타격론, 사드는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오는 15일을 전후로 각 후보들의 ‘안보관’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