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조정 또 다른 암초

신협 주식투자금지 규정...우정본부 손실률 20%로 제한
유권해석 넓혀 허용한다고 해도 비영리 기관 건전성 위협 논란
산은, 국민연금과 비공식 회동 "대주주 추가 책임 부담 불가"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회사채 채무조정이 일부 기관투자가의 주식투자금지 규정에 부딪혔다. 신협 등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비영리 특징을 띠는 상호금융권은 조합원의 돈을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식회계로 거래가 정지된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카드가 비영리 기관투자가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회사채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과 만나 대주주의 추가 책임부담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 회사채 중 약 1,870억원 이상을 신협·수협·농협상호금융 등의 중앙회가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협이 투자한 900억원 중 신협이 부도가 났을 경우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상환준비금 계정이 200억원 이상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협의 다른 계정과 달리 상환준비금은 여유분이 있더라도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없도록 신협법이 규정하고 있다. 신협법은 국공채나 회사채, 혹은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의 30%까지만 상장주식을 편입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만기상환 5차의 회사채 중 당장 4월 만기에 200억원, 내년 3월, 4월에 각각 400억원, 300억원이 신협의 몫이다. 주식투자가 불가능한 신협의 상환 준비금이 포함돼 출자전환을 반대하면 전체 1조5,000억원의 회사채의 채무조정이 무산된다. 금융위원회가 상호금융권 중 가장 높은 규제를 가하고 있는 신협이 금융위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그러나 신협은 현행법의 유권해석을 넓혀 채무조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협 관계자는 “신협법에서는 주식투자가 금지돼 있지만 금융위원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어서 출자전환이 가능한지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관투자가도 손실 한도 규정 때문에 출자전환에 난감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투자금이 많은 우정사업본부(직접 투자 1,190억원·위탁투자 포함 3,000억원)는 주식 투자 시 손실률을 20%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당 4만350원에 출자 전환하는 대우조선해양 주식이 5,0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을 제외하고도 주식 거래가 되면 최대 81.2%의 손실이 나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 예금자산의 국내 주식투자 수익률은 한때 9%가 넘었지만 최근에는 -3%로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손실률은 보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기관투자가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산은 실무진은 이날 오전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관계자와 비공식 회동을 했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주주로서의 책임은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했다”며 “(기존 계획에서) 입장을 바꿀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출자전환 비율과 전환가격, 신규투입자금, 만기 연장 비율 등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은이 조건 수정을 제안했는데 사실상 이를 거절하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사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을 ‘지원’으로 인식하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며 “사채권자들이 현시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은 채무재조정 방안과 이게 무산돼 법정관리에 갔을 때를 비교해 어느 쪽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산은 측은 다만 사채권자들이 3년 만기연장한 회사채에 우선 상환권을 주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 산은이 직접 상환을 보장하는 방식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 등은 10일 30여 곳의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마지막 설득 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임세원·김흥록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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