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미국 원자력사업 부문의 손실과 회계부정으로 위기에 몰린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에 일본 민관 연합군이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관 합작으로 5,000억엔(약 5조1,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뒤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의 일정 지분을 취득해 기술 및 인재 유출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정부의 연합군 구성 방안이 호응을 얻는다면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일본 민관합작펀드와 이들의 공동인수 파트너로 유력한 미국계 컨소시엄이 한층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시바에서 분사한 반도체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입찰에 참여해달라는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업혁신기구(INCJ) 등 정부계 펀드와 일본 기업들이 5,000억엔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 뒤 1차 입찰에 응한 미국 기업과 파트너를 이뤄 도시바메모리를 공동 인수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후지쓰·후지필름홀딩스 등 도시바 반도체를 사용하는 고객사들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당 투자금액은 100억엔 수준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관계자는 “매력적인 제안이 있다면 (1차) 입찰 후에도 참여 가능하다”고 밝혀 본입찰에서 민관 연합군의 추가 제안이 있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도시바는 1차 입찰에 응한 기업들의 제안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달 내 본입찰을 진행한 뒤 이르면 오는 5월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의 잠재적 인수후보를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반도체회사 브로드컴 연합,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 한국 SK하이닉스 등 소수 그룹으로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민관 연합군 구상이 현실화되면 실버레이크와 브로드컴 컨소시엄이 도시바메모리의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해당 컨소시엄이 1차 예비입찰에서 2조엔대의 가장 높은 인수금액을 써낸데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이유로 대만 폭스콘과 한국 SK하이닉스보다는 미국 기업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출자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정부의 출자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구성이 진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편 도시바는 막대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에 이어 TV 부문 자회사인 도시바영상솔루션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TV 부문 매각에는 터키 베스텔과 중국 기업들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TV 부문 매각액이 수백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연내 매각 관련 절차 마무리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시바는 백색가전 부문과 의료기기사업 자회사인 도시바메디컬시스템스를 각각 중국 메이디그룹과 일본 캐논에 매각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