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취업연령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첫 직장 입사 나이가 23.6세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무려 4년이나 늦은 셈이다. 대졸 취업자의 경우는 26~27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긴 요즘 대학생들에게 졸업유예는 필수코스다. 3~4년 취업준비 하는 것은 기본이다. 17조원에 달하는 국가 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노동력 감소다. 한국은 이미 저출산과 고령화의 수렁에 빠져 있다. 취업 시점이 늦어지면 혼인과 출산은 그만큼 더 늦춰질 수밖에 없을 터다. 악순환의 고리를 피해갈 도리가 없다.
눈높이를 낮추라며 청년들을 탓할 일도 아니다. 심해도 너무 심한 격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중소기업 상용직 임금이 불과 대기업 상용직의 53.5%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격차는 더 심했다. 상용직 임금은 433만원인 데 비해 임시 일용직 임금은 157만원에 그쳤다. 사내 복지와 보이지 않는 혜택들까지 감안한다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게 틀림없다. 차라리 10년이 늦어지더라도 공무원이 되거나 처음부터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낫다 싶을 정도다.
그렇다. 노동인구 감소를 가속화하는 요인도 ‘격차’요, 갈등과 반목으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주범도 또한 ‘격차’다. 격차 해소는 이제 국가 존망이 달린 숙제다. 말로만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노사가 서로 남 탓만 반복할 만큼 한가롭지도 않다. 구체적이면서도 단호한 실천전략이 필요하다.
마침 일본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수립으로 최근 분주하다. 따지고 보면 하나의 산업 내 동일한 직무라고 해서 임금이 똑같을 수는 없다. 개별 기업마다 경영사정이 다를 테니 말이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그 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일 것인가에 놓여 있다. 독일의 경우 그 역할을 산별노조가 담당한다. 산별 단체협약을 통해서다.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참에 산별 교섭을 강제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나마 우리에게는 최저임금제도가 있다. 이참에 획일적인 하나의 최저임금이 아니라 산업과 직무, 그리고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독일도 산별협약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들이 늘어나자 지난 2015년 뒤늦게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했었다. 격차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산업별 최저임금’은 원하청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껏 원하청 관계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하청을 희생시키는 구조였다. 원하청 관계가 다단계화될수록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원청다운’ 원청과 ‘하청다운’ 하청 간의 관계로 하도급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산업별 최저임금 정도는 당당하게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 격차해소를 위해서는 채용문화를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 학벌이나 스펙에만 의존하는 안이한 채용방식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이제는 철저하게 실무 능력 중심이어야 한다.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에서의 근무 경력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요즘 취업 선배들이 취준생 후배들에게 신신당부하는 말이라고 한다. 반면 정부와 대선 후보들은 청년들의 열정과 용기, 그리고 지원금만 강조하고 있다. 우리 시대 청년들에게는 누구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닿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