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청사진 실종된 대선,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다

19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대선주자와 캠프의 네거티브 난타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5개 정당 대진표 작성 이후 첫 주말 선거전에서 각 후보는 치졸한 비방과 각종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겨냥해 사드 말 바꾸기부터 포스코 이사회의장 시절 거수기 논란과 부인 김미경 교수의 특혜채용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식 의혹을 쏟아냈다. 이에 맞서 국민의당은 문 후보를 국민을 적으로 만드는 패권세력으로 규정한 데 이어 포털사이트의 여론조작 의혹 제기로 맞불을 놓았다. 보수층 지지를 두고 안 후보와 경합을 벌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박지원 상왕 정치론’을 끄집어냈다. 이런 비방과 의혹 제기는 재탕과 삼탕에 불과하다. 대선캠프 소속의 한 의원이 흠집을 내고 이를 다시 대변인 측에서 확신시키는 구태의 되풀이다.


대선주자들의 흠집내기식 비방전은 국민에게 면목없는 일이다. 이번 조기 대선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제왕적 권력 행사가 국민의 심판을 받아 치러지는 것이어서 의미가 여느 대선과 다르다. 국민들은 대선주자들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정책 비전은 무엇인지를 듣자는 것이지 이런 소모적 난타전을 보자는 것이 아니다. 후보들의 자질과 경륜·도덕성 검증은 분명 필수적이다. 하지만 케케묵은 옛날 일을 들춰내거나 말단 지엽적이고 사소한 흠집까지 확대 포장한다면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밖에 안 된다.

정작 유권자들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모르는 상황이다. 대선판을 유리하게 끌고 갈 정치공학적 프레임 전쟁만 난무할 뿐 국민에 대한 엄숙한 약속인 정책경쟁은 실종됐다. 조기 대선 체제여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대선주자들은 15~16일 후보 등록을 한 뒤 18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18일 전후로 집권 청사진을 공약 형태로 일목요연하게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는다면 국정 청사진과 정책 비전을 제시할 자신이 없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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