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출시 일주일 만에 3건의 인터넷 물품거래 사기에 연루되면서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케이뱅크 계좌 쓰는 사람 조심하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올 상반기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을 앞둔 만큼 일종의 ‘계좌세탁’ 사기범에게 신규계좌 발급을 제한하는 등 금융거래 편의성이 강화된 데 따른 적절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케이뱅크가 출범 일주일을 만에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만 3건의 사기의심 거래에 연루되면서 ‘쉽고 빠른 비대면 계좌 개설’의 어두운 단면이 부각되고 있다. ‘통장고시’ ‘통장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통장 개설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금융거래 사기범에게 케이뱅크는 새로운 범행 시도를 위한 ‘틈새’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측은 해당 사건이 해킹·도용 등 보안과 전혀 관련 없는 사고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피해 사례가 추가되면서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 흥행의 핵심은 ‘쉽고 빠른 계좌 개설’인데 이 같은 장점은 사기범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기존 은행의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와 비교해도 별도 보안 프로그램, 신분증 스캐너 앱 설치 등 일부 절차가 생략돼 소요 시간이 최대 20분 이상 적게 걸린다. 서류 제출도 생략했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신규계좌 발급 시 재직증명서·사업자등록증 등 금융거래 목적의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주부 등 직장이 없는 이들의 경우 마땅히 제출할 서류가 없어 은행에서 거절당하거나 별도의 소비계획서를 만들어야 하는 등 서류 준비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에 반해 케이뱅크는 예금 계좌에 1만원 이상을 1개월 넘게 유지하는 고객에 한해 별도 서류를 낼 필요가 없다.
실제로 중고나라에서 이미 수 차례 사기 전적이 있는 케이뱅크 관련 피의자들은 새로운 범행을 위해 신규계좌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시중은행 여러곳을 전전하며 수년 전부터 같은 수법으로 거래사기를 저질렀지만 계좌번호가 알려지자 한동안 잠적했다가 케이뱅크라는 새로운 은행이 나타나자 다시 사기극을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생겨난 은행이다 보니 계좌번호를 검색해도 피해사례 등이 전혀 나오지 않아 거래자의 전적을 알 수 없다”면서 “케이뱅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은행에서 너무 쉽게 계좌를 터주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장 올 상반기 ‘7분 안 계좌 개설’을 내세운 카카오뱅크가 출범을 앞두고 있고 기존 은행 또한 인력과 점포를 줄이는 한편 오프라인 영업망을 늘리고 있는 만큼 쉬운 계좌 개설에 대한 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에서 범죄경력 관련 계좌 개설에 제한을 받는 경우는 대포통장 이력 보유 및 명의자뿐이다. 대포통장 개설 이력 보유자의 경우 은행연합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전체 은행과 공유하고 신규계좌 개설을 막는 데 반해 케이뱅크 사례처럼 여러 은행을 전전하며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신규계좌를 만드는 데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계좌 발급 허들을 더 없앤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계좌세탁’ 사기범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포통장 블랙리스트처럼 계좌세탁 사기범 또한 더 이상 신규계좌를 발급받을 수 없도록 관련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새로운 추세에 맞는 새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