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원희룡, 신재생에너지 품은 스마트시티로...제주, 4차산업혁명 롤모델 될것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2030년까지 교통 수요·에너지 '친환경'으로 모두 대체
전기차 등 전후방 산업 적극 키우고 스마트그리드 확대
친환경 데이터센터 등 구축해 첨단 ICT기업 추가 유치
4차산업혁명 성공, 주민 삶의 질 제고와 성장동력 확충
제주에 전기차 생산공장 해외업체가 더 관심, 아쉬워
정부 부처도 칸막이 넘어 교육·R&D시스템 적극 지원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최근 제주도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도청


“풍력과 태양광 발전의 최적지인 몽골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 한중일에 보내면 중국은 석탄, 한일은 원전을 없애나가는 거대한 야심작인 원아시아프로젝트(Supergrid)가 추진되고 있지 않습니까. 제주도는 오는 2030년까지 에너지 수요를 풍력과 태양광으로 모두 충당한 뒤 2035년부터 해상풍력 등으로 남는 전력을 슈퍼그리드를 통해 판매할 것입니다.”

원희룡(사진)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3월9일 제주도청, 16일 여의도 제주서울본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4차 산업혁명의 비전과 추진전략, 실행방안’을 묻는 질문에 한국전력,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국가전력망공사(SGCC), 몽골 뉴컴 등이 4개국 전력망 연결을 추진하는 슈퍼그리드부터 꺼냈다. 이 사업은 몽골에서 2GW급 태양광·풍력 단지를 조성하고 중국 산둥성~한국~일본을 잇는 해저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으로 1단계 사업에만 7조~8조원이 소요된다. “기후변화 등에 대비해 2030년까지 제주도의 모든 교통수요와 에너지를 각각 전기차와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바꿀 계획인데 이런 스마트그리드(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 최적화)까지 결합해 제주도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시티로 만들 것입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까지 전기차를 6,600대 보급(전국의 52%)했으며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11.55%까지 높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입도 급속히 늘리고 있다. “2030년에 전기차 37만7,000대 등 탄소 프리를 목표로 하는데 궁극적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5G를 활용해 자율주행차, 탄소제로 빌딩·주택, 첨단 교통망, 정보통신망 등 스마트시티 조성에 나서 4차 산업혁명의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최근 제주도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청
전기차 확대를 위한 생태계 조성과제와 관련해 원 지사는 “단순히 전기차를 사주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되고 전후방 연관산업을 키워야 한다”며 “배터리 충전카페를 만들고 3~5년 사용한 폐배터리를 가로등 배터리 등에 재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주인이 배터리를 이용한 ESS 사업자가 되고 제주도 등 그린빅뱅사업자가 차주에게 배터리를 리스하며 ESS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안전 서비스 체계와 폐배터리 재사용센터, 중고매매센터 구축뿐만 아니라 화물전기차와 3D프린터로 만든 전기차 생산 라인, 부품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교통망, 주차장, 교차로 실험에 나서며 카셰어링(차량공유) 등 공유경제에 관한 적극적인 확산 의지를 표했다.

원 지사는 대구와 전남 영광에 국내 중소 전기차 업체가 공장을 짓기로 한 것과 관련해 “현대차는 수소차에 더 관심이 많고 다른 국내 전기차 업체도 제주 투자에는 관심이 덜한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해외 업체를 유치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제주가 1톤 화물차 등 많은 전기차 수요가 있는데 오히려 해외 업체보다 국내 업체가 다소 소극적이라는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스마트시티 조성에 관해서는 친환경데이터센터와 스마트시티 통합관제센터 구축, ICT 융·복합을 추진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빅데이터·인공지능 기업 등의 제주 이전을 촉진하겠다고 피력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카카오, NXC(넥슨의 지주회사) 등이 본사를 두고 있으나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의 추가 투자유치를 끌어내겠다는 게 원 지사의 복안이다. “‘제주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창’이라는 생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농어업 등 1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첨단 ICT,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연관산업, 생태관광, 스마트시티 등을 통해 도민들의 삶의 질도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그는 정부의 재정·행정적 지원을 호소하며 “2018년부터 5년간 스마트시티에 1,665억원, 제주전기차특구와 글로벌 플랫폼 조성에 2,691억원, 에너지자립섬 구축에 2,430억원, 제주형 바이오6차산업 육성 클러스터에 2,000억원이 소요되는데 정부가 ‘제주도를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생각으로 지원해달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전기차 육성을 적극 지원하는데 우리는 충전 인프라 등만 해도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최근 제주에서 열린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전기차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제주도청
원 지사는 4차 산업혁명의 국가적 성공과제에 관해 “인재육성이 시급하고 교육, 일자리, 연구개발(R&D), 창업의 혁신촉진형 환경을 만드는것이 관건”이라며 “제주가 역점을 두는 전기차와 코딩교육 등에도 애로가 많은데 정부부처가 칸막이를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에 맞춰진 교육 시스템을 강력하게 혁신하고 국가 R&D 시스템을 바꾸려고 해도 이해관계에 얽매여 ‘밥그릇 건드린다’고 달려드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He is... △1964년 제주 △서울대 법학과, 34회 사법고시 각각 수석 △1998년 부산지검 검사 △2000년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과학기술정보통신위와 법사위) △2004년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통일외교통상위) △2008년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지식경제위) △2010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한나라당 사무총장 △2014년 제주특별자치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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