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대통령 임기단축론' 띄워 反文세력에 손짓..외연확장

[선임기자 진단] 안철수 비장의 카드 '분권형 개헌'
개헌동조 국회의원 193명 달해
정의화 등 구여권 개헌론자와
연대 가능성 등 정치권 흔들기
김종인·정운찬과도 손 잡을수도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며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의 주 공격 포인트는 ‘불안한 정권교체, 적폐세력과 함께하는 정권교체’ 다. 국민의당 의석수 40석을 갖고서 비록 안철수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어떻게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장관 한 사람의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기도 어려울 뿐더러 의석수 180석이 필요한 국회 선진화법 아래서도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문 후보 측은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자유한국당과의 연대는 불가피하며 이는 바로 ‘적폐세력과 함께하는 정권교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정치권 구도가 지속된다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관훈클럽 토론 등 여러 자리에서 “누가 당선된다고 해도 여소야대”라며 “결국은 대통령 본인이 얼마나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공자님 말씀’ 같은 원론적인 입장이고 국민의당이 생각하는 비장의 카드는 따로 있다. 바로 개헌, 특히 ‘대통령 권한축소형 또는 이원집정부식 개헌’이다. 여기에 다음 대통령 임기단축과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화끈한 양념이 곁들여진다. 즉 대통령의 권한은 축소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헌을 추진하면서 정치판을 확 흔들어놓으면 여야 정치권은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 /연합뉴스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젠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통령 당선인은 자기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개헌해야 한다. 이제껏 9명의 대통령은 다 불행했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핵심적인 발언을 했다. 안 후보는 “개헌되기 전에 대통령 본인의 권한을 내려놓으면 훨씬 협치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개헌을 통해 그것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저는 그게 시대정신이라고 믿는다. 다음 대통령은 꼭 시대정신에 따라 본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안 후보는 의원내각제는 시기상조이고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가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국회 개헌특위가 여론 수렴을 거쳐 둘 중 하나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2월 발표한 당 개헌특위의 개헌안 초안에서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이원집정부제다. 국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6년 단임이다. 외교·국방·안보를 담당하며 관련 외교장관·국방장관·통일장관을 임명한다. 국회에서 선출되는 국무총리는 행정부 수반이다. 외교·국방·통일장관 이외의 모든 장관을 임명한다.

더 나아가 안 후보는 개헌을 위한 차기 대통령 임기단축 문제와 관련, “권력구조 문제가 결정되면 이에 따라 생각해야 할 문제”이라며 “순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외치 대통령, 내치 총리가 들어서게 되면 오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3년만 대통령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다음 대통령 임기단축은 민주당의 안희정·이재명 후보도 찬성했던 만큼 여야 정치권의 흡인력이 강한 이슈다.

20대 국회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이 193명에 이르고 있다. 전체 의석수 300명의 약 3분의2다. 정세균 국회의장 등 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도 개헌론자다.

따라서 앞으로 안 후보는 적극적으로 ‘개헌과 다음 대통령 임기단축론’을 펼치면서 반(反) 문재인 세력들을 흡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전 의원, 정운찬 전 총리 역시 개헌과 임기단축에 호의적이어서 이를 매개로 안철수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장외에 머물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구여권 개헌론자들 역시 안 후보와 함께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이 현실화될 경우 중도 보수진영의 지지세가 확산되면서 안 후보의 상승세가 더욱 탄력받을 수 있다.

만약 안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이후 정치판은 개헌을 매개로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의원들이 소속정당을 불문하고 어떤 권력구조로의 재편이든 국회의 대폭적인 권한 강화를 선호하는 안 후보 쪽으로 몰릴 수 있다. 더욱이 안 후보는 ‘다음 대통령 임기단축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여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안 후보가 분권형 개헌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경우 문 후보 측의 ‘40석 불안한 정권교체론, 적폐세력과 함께하는 정권교체론’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랠 가능성이 크다.

국회 개헌특위는 18일 각당의 대선주자들을 불러 개헌에 대한 입장을 듣는다. 이 행사를 계기로 개헌이 대선가도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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