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18.70~18.90페소 구간을 오르내리며 미 대선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8일 종가 수준(달러당 18.42페소)을 거의 회복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올 1월18일 달러당 21.88페소까지 떨어졌던 가치가 저점 대비 14% 이상 상승한 것이다.
헤지펀드들의 페소화에 대한 포지션도 11개월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지난 4일 미국상품선물거래소(CFT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헤지펀드들이 페소에 대해 취한 순매수 계약은 8,361건에 달했다.
멕시코 페소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은 멕시코 경제에 암운을 드리웠던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지난 1월 ‘관세 폭탄’을 매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공격에 미국의 자동차업체인 포드, 에어컨 생산업체 캐리어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자 미국 기업들의 투자와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멕시코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페소화 가치는 낙폭을 키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멕시코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지목돼 온 나프타 재협상의 범위가 예상보다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잇따르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 수위가 당초 우려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에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미 무역대표부(USTR)가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나프타 재협상 초안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체로 온건한 수준의 변화(mostly modest changes)”라며 큰 틀의 변화가 없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고 수출품에는 면제하는 이른바 국경세(Border tax) 부과 방안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 내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최근 멕시코 증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마글란캐피탈의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타윌은 블룸버그통신에 “트럼프 어젠다는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측근들이 러시아와 접촉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느라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멕시코 중앙은행도 최근 열린 다섯 차례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며 페소화 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4년 6월부터 1년 반 동안 3.0%에 머물렀던 멕시코 기준금리는 이제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6.5%까지 상승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이 지난 3월부터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200만달러 규모의 통화 헤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 최소 30일에서 최대 360일에 달하는 6개 기간별 선물환(NDF) 거래를 통해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를 특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의회에 출석해 “멕시코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비해 페소화 가치가 아직 10%가량 낮게 평가받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적극적 통화방어 정책이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