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국가채무지표다. 올해 국가채무는 68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편이나 문제는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15년간 국가채무 증가율은 11.5%로 재정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들보다 높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기재정전망(2016년)’에 따르면 오는 2060년이 되면 국가채무가 GDP의 15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세입 여건이 제약적인 가운데 기존의 제도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는 사회지출과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문제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충의 필요성 등은 재정 압박요인이 될 것이다.
어느 국가도 부담이 지불능력을 넘어선다면 본연의 소임을 다하기 어렵다. 국민의 세금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정부는 지금은 물론이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재정 건전성의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세원 발굴, 사회지출 조정, 재정준칙 도입 등의 조치를 다각도로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2009년 헌법을 개정해 채무준칙을 도입했고 영국은 가구에는 ‘복지급여 캡(household benefit cap, 2013년)’을, 예산에는 ‘복지지출 캡(welfare cap, 2014년)’을 적용해 재정적자 감축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 국회도 2010년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재정전망을 실시하도록 했고 정부는 40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장기재정전망계획을 시행령에 담았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자 미래의 재정위험에 대비해 경계초소를 세운 것이다. 이제 국회는 이에 근거해 지출소요 확보를 위한 세제개편, 중장기 재정운용계획과 예산심의 연계, 재정총량과 분야별 지출 한도에 대한 거시예산 심의 강화 등 재정 건전성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 구축과 국민적 합의 도출에 힘을 쏟을 차례다. 또 정부의 재정운용은 격차사회 문제에 대처해 성장에 따른 기회가 각 계층에 주어지고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논의에 관심을 두고 실효성 있는 정책에 투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정의 토양이 건전해야 엄선된 정책수단으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민생경제를 온전히 챙길 수 있음은 자명한 이치다. 재정위기란 일단 발생하면 국민의 고통, 경제 불안, 국가신인도 추락 등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됨을 안팎에서 목도하지 않았는가. 국민의 대표 기관이 재정 건전성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춘순 국회예산정책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