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 차림으로 트로피를 들고 하늘에 인사하는 세르히오 가르시아. 11개월 만의 PGA 투어 우승이기도 하다. /오거스타=AFP연합뉴스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의 ‘메이저 한풀이’로 끝나면서 다른 ‘빅 네임’들은 내년을 기약했다.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0일(한국시간) 끝난 이번 대회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공동 7위(최종합계 3언더파)로 마감했다. ‘명인열전’에서 4년 연속 톱10 입상이라는 성적을 냈지만 그에게 우승이 아닌 순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2011년 US 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브리티시 오픈을 제패해 4대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남겨뒀기 때문이다. 2011년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라운드 막판 무너져내린 매킬로이는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의 깔끔한 마무리에 성공했으나 시동이 늦었다. 1~3라운드에서 72-73-71타로 타수를 줄이지 못한 탓에 남자골프 사상 여섯 번째 그랜드슬램을 향한 세 번째 도전도 불발됐다.
마스터스 3승을 거두고 해설가로 활동하는 닉 팔도(잉글랜드)는 매킬로이에 대해 “샷의 거리 컨트롤에 문제가 있다. 이는 마스터스 우승에 꼭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매킬로이의 연습을 지켜봤는데 8번 아이언 샷 거리의 편차가 15야드나 됐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는 과도한 웨이트트레이닝을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마스터스 강자임을 재입증한 동시에 ‘최종일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스피스는 첫날 15번홀(파5)에서 한꺼번에 4타를 까먹는 ‘참사’를 겪고도 이후 선전을 펼쳐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를 2타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올해도 12번홀(파3)이 문제였다. 지난해 5타 차 선두를 질주하다 4타를 잃어 역전패의 화근이 됐던 곳이다. 1~3라운드에서 연속으로 파를 기록했던 스피스의 이날 티샷은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지는 듯했으나 경사를 넘지 못하고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2년 연속 ‘래(Rae)의 개울’로 불리는 워터해저드에 빠진 것이다. 더블보기를 적어낸 그는 결국 3오버파 75타를 쳐 공동 11위(1언더파)로 밀렸다. 이번이 네 번째 마스터스 출전인 스피스는 공동 2위-우승-공동 2위에 이어 처음으로 ‘톱2’에서 벗어났다. 스피스는 “오거스타에서 한 스윙 중 올해가 가장 자유로웠다. 아직 3개의 메이저대회가 남았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이 밖에 마스터스 3승의 필 미컬슨(46·미국)은 2라운드까지 선두권에 자리했지만 공동 22위(2오버파)로 마감해 잭 니클라우스의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기록(46세2개월) 경신에 실패했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계단에서 허리를 다쳐 첫날 경기 전 기권, 타이거 우즈 이후 15년 만의 세계랭킹 1위 마스터스 우승 도전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